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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쿠팡 때문에 못살겠다” 배달비 인상 ‘보증금 100만원’ 업체까지 등장
뉴스종합| 2021-11-17 14:48
주택가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박지영 기자/@park.jiyeon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배달 수수료는 치솟고, 소비자들은 비싸다 아우성이고, 자영업자들은 남는 게 없고…대체 누구를 위한 배달인지 모르겠습니다.”

배달 경쟁 심화로 ‘배달비’를 둘러싼 갈등도 격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각종 프로모션을 투입해 막대한 배달비를 지급하자, 지역 배달대행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배달 기사 확보를 위해 음식점주로부터 받는 배달 수수료를 줄줄이 인상했다. 한 지역 배달대행사는 음식점주에게 100만원의 ‘계약 보증금’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배달 수수료 줄줄이 인상…자영업자 vs 배달대행업체 갈등 격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 지역의 A 배달대행 사무소는 최근 배달 수수료를 3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배달 수수료는 배달 대행 업체가 배달 대가로 음식점주에게 요구하는 비용으로, 대부분이 배달 기사에게 지급된다. 음식점주는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배달팁’을 통해 배달 수수료 부담을 나눈다.

논란이 된 것은 ‘계약 보증금’이다. A사를 3년 동안 이용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와 함께 100만원의 보증금을 요구한 것. 최근 양주 지역에 쿠팡이츠에 이어 ‘배민1’까지 진출하면서, 안정적인 라이더 수급을 위해 배달 수수료 인상과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료’도 이유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 직종의 산재 보험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배달 기사 한 명당 한 달에 3만원 가량의 비용을 사업주와 기사가 부담한다. 내년부터는 고용 보험 가입도 의무화돼, 각각 매출의 0.7%씩 내야 한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움츠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하면서 배달 앱 이용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도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자영업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재계약을 진행한 음식점주 B씨는 “다른 배달대행업체는 기사가 너무 적어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주고 재계약을 했다. 계약 기한도 3년이나 된다”며 “다른 업체로까지 보증금 요구가 번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주 C씨는 “배달 수수료 인상은 어느정도 수긍한다”면서도 “전에 없던 보증금은 정말 화가 난다. 지역 배달의 80% 가량을 소화하는 업체이기에 가능한 무리한 요구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A사는 수요가 들쑥날쑥하고 날로 경쟁이 심화되는 배달업계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달은 계절, 날씨 등 요인에 따라 주문 건수 편차가 크다. 배달 기사를 묶어두려면 직접 지급하는 배달비 만큼이나, 안정적인 주문처 확보가 필수다. 보증금은 최소한의 배달 건수 유지를 도와줄 주문처 확보를 위한 ‘신뢰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A사 대표 D씨는 “음식점주들은 배달 대행 업체를 자주 바꾸고 라이더들은 배민·쿠팡이츠를 따라 ‘원정 배달’까지 떠난다”며 “쿠팡이츠가 양주에 들어오고 나서 기사들이 요동치고 있다. 다음 주면 배민1까지 들어오는데, 기업의 ‘현금 살포’에 배달대행업체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배민發 ‘쩐의 전쟁’…배달앱도 고민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의 이면에는 배달앱의 ‘직접 진출’이 초래한 ‘쩐의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론칭한 쿠팡이츠는 라이더 모집을 위해 기본 배달비에 프로모션 금액을 더해, 최대 건당 1만~2만원 가량의 배달 수수료를 지급했다. 당시 배달대행업체의 기본 배달 수수료는 3000원대. 날씨·거리 할증이 붙어도 쿠팡이츠의 금액에는 못 미쳤다.

올해 6월에는 배달의민족이 가세했다.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개시하며 공격적으로 라이더 확보에 나섰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은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묶음 배달’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라이더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다. 단건 배달을 유도하기 위해 프로모션 형태로 수천원~1만원 수준의 배달 수수료를 지급했다.

배달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프로모션 비용을 배달앱이 부담하다보니 ‘적자’가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출혈 경쟁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식값보다 더 많은 배달료를 지급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지방 배달대행업체의 불만은 물론 배달팁 증가로 소비자 눈총도 따가워지고 있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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