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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승하겠다” kt 가을마법 이끈 ‘강철 매직’
엔터테인먼트| 2021-11-19 09:54
지난 2018년 11월 이강철 감독의 kt 사령탑 취임식 모습. [OSEN]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가을야구 하겠다.” 지난 2018년 11월. 13년간 코치생활만 하다 처음 사령탑에 오른 이강철(55) 프로야구 kt wiz 감독의 취임 일성이었다. 막내구단 kt가 그 당시 거둔 성적은 창단 후 처음 꼴찌를 벗어난 9위. 대부분의 야구인과 팬들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겠다는 이 감독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kt를 3년 만에 ‘슈퍼 원팀’으로 조련하며 팀 이름(wiz·마법사)대로 마법같은 가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승제)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달 31일 창단 첫 정규리그 정상에 이은 통합 우승이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역대 9번째 감독이지만, 한국시리즈 MVP 출신으로 우승팀 사령탑에 오른 이는 이강철 감독이 최초다.

이강철 감독은 2013년 창단 후 만년꼴찌를 도맡던 kt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부임 첫 해 팀 최초로 5할 승률을 달성하며 6위로 끌어올렸고 2020년에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해 최종 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창단 첫 통합우승에 한국시리즈 4전승이라는 대업을 일궜다.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서 우승을 확정한 kt 선수들이 이강철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

13년 코치생활로 내공을 키운 준비된 감독이었다. 만년 하위팀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이기는 습관을 채웠다. ‘해태 왕조’의 간판투수로 쌓은 ‘우승 DNA’가 세심한 소통을 통해 선수들에게 주입됐다.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보근, 유원상, 안영명, 박시영 등 다른 구단에서 방출당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수들을 데려와 불펜의 주축 투수로 키워냈다. 보직을 찾지 못한 투수들에 몸에 맞는 옷을 입혀 날개를 달았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하면서도 베테랑 선수들은 내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와 최고참 유한준, 황재균 등과 수시로 소통하며 ‘원팀’의 구심점으로 대우했다. 그러면서도 “팀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을 위한 야구를 하라”며 대선배만이 해줄 수 있는 가르침을 건넸다.

이강철 감독 개인으로서도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날린 한풀이 무대였다. 현역시절 10년 연속 10승에 통산 152승을 거둔 언더핸드 투수의 레전드였지만, 광주일고와 해태 4년 선배 선동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6년 KIA의 투수코치로 변신해 지도자로 입문한 뒤에도 KIA, 넥센(현 키움), 두산 등 3개 팀을 전전하며 코치로만 13년을 보냈다. 이강철 감독은 “나는 늘 2인자였다. 지도자로서 1위를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일단 한번은 이룬 것 같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풀어내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현역 시절 우승 때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허무한 감정을 빨리 느꼈다. 그래도 또 우승하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강철매직’의 신화는 이제 시작됐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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