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광장] 매입임대주택이 주는 주거안정 효과
뉴스종합| 2021-11-24 11:19

전월셋값 상승속도가 무섭다. 전월세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불안은 더 심해진다. 올라가는 도심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살던 도심 거주지를 떠나 외곽으로 내몰리게 된다. 저소득층일수록 도심 내 일자리와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 교통비라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와 가까운 곳의 임대료는 무섭게 오른다.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가구는 결국 도심 거주를 포기한다. 악순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공공정책이 있다. 매입임대주택사업이다.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도심 내 민간주택을 매입해서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04년에 처음으로 도입해서 지난해까지 약 17만9000호를 공급했다. 다양한 주거복지 프로그램과 함께 포괄적 주거복지를 실현해가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의 이점은 단연 신속한 공급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공급은 최소 2~3년이 걸지만 매임임대주택 공급은 매우 빠르다. 매입 후 입주자모집 공고를 거쳐 입주하기까지 1년 정도에 가능했던 물량이 매입임대주택의 41%정도가 된다. 6개월 이내에 공급이 가능했던 물량도 25% 정도나 된다. 그러다 보니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위해 오랜 기간 대기해야 하는 타 공공임대주택보다 만족도가 높다. 매임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입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입주자의 85%가 신속한 공급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들은 80%가 기존에 살던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살던 거주지를 떠나야만 했던 주거취약계층에게 살던 곳에서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상당한 주거안정정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입임대주택은 직주근접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저소득가구일수록 삶터는 일터와 가까워야 한다. 입주자의 73%가 새로 입주한 매입임대주택과 직장이 가깝다고 했다. 입주자의 약 80%가 직주근접이 유지되며, 직주근접이 향상된 입주자의 통근시간은 평균적으로 34분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창무 교수의 연구를 적용해 매임임대주택 공급으로 인해 절감되는 34분의 통근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해보면 약 월 50만원에 해당한다. 도심 내 빠르게 공급이 가능한 매입임대주택이 주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다.

게다가 매임임대주택은 시세 대비 30~50% 수준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는 종전 거주지 대비 보증금 29% 절감, 임대료 46%가 완화되면서 직접적인 주거비 부담도 경감된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매입임대주택 입주자의 85%는 임대료에 만족하고 있다.

1~2인·청년·고령 임차가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없고 시장의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해주는 공공임대주택을 필요로 한다. 도심 내 빠르게 주거지를 구해야 하는 저소득가구에게 매입임대주택은 교통비를 줄이면서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는 최고의 정책 지원 프로그램일 것이다. 도심 내 양질의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더 나은 매입임대주택으로 진화해가기를 기대해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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