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몰아치던 11월 30일 서울 종로구에서 한 배달기사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jakmeen@]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5시간 하고 35만원 벌었네요. 목숨 걸어야 할 정도의 날씨였지만 시급 7만원도 찍었습니다.”
“바람 때문에 오토바이가 1차선에서 3차선까지 밀리더라고요…더하단 죽을 것 같아 퇴근했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에 역대급 강풍까지 더했던 어제 배달기사 사이에선 명암이 갈렸다.주문에 비해 기사가 적었던 탓에 일부 배달앱은 우천 할증, 보너스 프로모션 등을 쏟아내며 ‘라이더 모시기’에 나섰다.
이에 어떤 배달원은 일정 건수를 완료하면 주어지는 보너스로만 9만원을 받았다. 몇몇 베테랑 배달기사들은 역대급 수익을 달성했지만,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날씨에 다수의 라이더들은 이른 퇴근을 결정했다.
비가 갠 뒤 강한 바람과 함께 기온이 내려간 30일 오후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추위에 웅크린 채 서울 세종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 |
지난달 30일 배달기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엔 안전 운전 독려, 수익인증 등 다양한 게시물이 쏟아졌다. 이날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와 함께 강풍까지 불며 이륜차 운행에 주의가 요구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라이더들은 위험을 감수해야했던 만큼 배달 단가도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다수의 배달기사는 “오늘은 배달의민족보다 쿠팡이츠가 단가가 좋았다”며 각 지역 배달 기본료 현황을 공유했다.
특히, 한 배달기사는 “점심 피크(주문이 몰리는 시간) 2시간, 저녁 피크 3시간으로만 35만원 이상을 벌었다”며 시급 7만원 이상을 달성했다고도 했다. 다른 기사는 “쿠팡 미션 이벤트로만 9만원을 받았다”며 만족스러움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쿠팡이츠는 불특정 기사를 대상으로 일정 건수 이상 배달시 2만5000~3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여러개 진행했다. 일례로 서울 북부 지역에서는 오토바이 기사를 대상으로 8건 배달을 완료하면 3만원을 지급했다. 다만, 지역과 운송 수단에 따라 금액 차이는 있었다.
30일 한 공유주방에 배달음식들이 쌓여있다. [출처 네이버카페 '배달세상'] |
우천시 기본료가 5000원 가량 상향되는 할증 제도도 시행했다. 경쟁앱에 비해 배달 단가가 높게 책정되며 라이더들이 쿠팡이츠로 몰렸다. 이 때문인지 배달의민족 일부 지역에서 라이더가 배정되지 않아 주문이 밀린 사례도 발생했다.
반면, 최악의 날씨에 운행을 포기하고 퇴근한 기사도 속출했다. 강풍과 한파에 취약한 이륜차 특성상 배달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어제와 같은 날씨는 ‘목숨을 건 배달’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 라이더는 “방금 바람 때문에 오토바이가 1차선에서 3차선까지 밀리더라”며 “잘못하다간 중앙선까지 넘을 수 있을 거 같아 무서워 일찍 퇴근한다”고 말했다.
한편, 날씨가 추워지면서 배달앱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달 환경이 악화되면 라이더들이 기본 단가가 높은 플랫폼으로 이탈하려는 경향이 더욱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배달기사 부족은 곧바로 배달 속도 저하, 품질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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