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우리 동네 붕어빵·호떡 가게마저 사라진다, 왜?
뉴스종합| 2021-12-03 11:18

‘○○역 근처에 붕어빵 파는 데 없나요? 아무리 돌아다녀도 안 보이네요’, ‘△△동네 근처 붕어빵 파는 곳 아시는 분 계실까요? 진짜 찾기 어렵네요’

찬바람 부는 겨울, 허기질 때면 생각나는 붕어빵 가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붕어빵 가게가 늘고 있는데 여기에 팥, 밀가루, 설탕 등 붕어빵에 빠질 수 없는 재료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비싸졌기 때문이다.

▶‘붕어빵 천원에 네 개’도 옛말=수 년 전만 해도 ‘1000원에 네 개’, ‘1000원에 다섯 개’에 팔리던 붕어빵은 이제 옛말이 됐다. 수도권 일대 팥소가 들어간 붕어빵 가격은 1000원에 2~3개 꼴로 이제는 붕어빵 하나 당 330~500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 때문에 지역 기반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에서는 천 원에 다섯 개를 파는 붕어빵 집이 동네 맛집으로 공유되기도 한다.

3일 당근마켓에서는 ‘와, △△역 앞에는 아직도 붕어빵 5개 1000원에 파는 곳이 있네요. 요즘 붕어빵 가격 논란인데 신기’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요즘 2개 1000원도 있고 3개도 아직 많던데 5개는 못 봤어요. (마진이)얼마 남지도 않겠어요’, ‘저도 2개 1000원인 곳들만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앞으론 여기로 다니려구요’라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붕어빵, 타코야끼, 호떡 등 길거리 음식을 찾아보기 어려워지자 ‘가슴 속 3000원’, ‘붕세권’ 등 동네 길거리 음식점을 찾아주는 앱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도에 나오지 않는 붕어빵 가게를 이용자가 직접 지도에 입력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와 리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가슴 속 3000원’ 앱은 3일 애플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인기차트 7위에 올랐다.

▶밀가루·설탕·팥 가격 고공행진에 서민 음식 사라진다= 호떡, 계란빵 등 서민 길거리 음식점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 크다. 30% 가까이 오른 원재료 가격에 붕어빵 마진이 남지 않는데다가 재료비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aT 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국제 밀가루 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소맥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8.98%나 뛰었다. 지난해 12월 1톤 당 21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 소맥 가격이 지난 2일 기준 286.05 달러로 오른 것이다. 캔자스시티상품거래소(KCBT)에서 소맥은 지난해 대비 44.3%나 오른 301.02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붕어빵 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팥과 설탕도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이 올랐다. 일본거래소그룹(JPX)에서 거래되는 팥은 전날 기준 1톤당 3261.75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9.48% 증가했다. 설탕은 런던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1톤 당 484.2 달러로 거래되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가격이 20.33% 올랐다. 설탕 가격은 이달 들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401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값이 오른 것이다.

밀가루 가격이 비싸진 것은 주요 생산국인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서부지역에서 가뭄이 계속됐으며 호주는 폭염, 유럽은 폭우로 소맥 생산 차질을 빚었던 데다가 해상 운반 비용까지 오르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뿐 아니라 지난 8월에는 서민들 생필품인 라면과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기도 했다. 라면 가격은 지난달 1년 새 11% 올라 2009년 2월 14.3%에 이어 1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기도 했다. 국수와 빵도 각각 19.4%, 6.0% 올랐으며 지난달에는 주요 치킨,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연말까지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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