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경영평가 잘 받으려 실적 조작한 심평원
뉴스종합| 2021-12-08 11:13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일부 사업의 실적을 조작했다는 헤럴드경제 보도(12월 8일)는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심지어 내부 고발 내용을 감사해놓고도 개선과 정정은커녕 그냥 덮어버렸다는 데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심평원은 의료계를 심사평가하는 기관이다. 공정과 신뢰가 업무의 핵심 가치다. 그런 곳이 조작과 은폐로 얼룩진 경영실적을 내놓고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는 임직원 모두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가 된 조작 내용은 ‘청구 오류 사전 점검 서비스’ 실적이다. 병·의원, 약국 등이 진료비 청구전에 청구액 파일을 미리 보내 사전에 오류 내용을 점검해 수정 보완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지난 2009년 시작돼 예방에 상당한 성과도 냈다. 업무혁신으로 이만한 것도 없다.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넓어지고 지급 규모도 커지니 일정 기간 예방 실적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오류가 시정되면 종전처럼 급증하는 실적이 나올 수 없다.

심평원은 지난해 이 서비스로 청구 오류 예방액 4014억원을 기록했다. 애초 목표치 3930억원을 초과 달성한 실적이다. 하지만 올 들어 10월까지의 실적은 924억원에 불과하다. 해마다 해오던 실적 조작이 올해는 내부 고발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공공기관이 이처럼 조작까지 해가며 좋은 경영평가 성적에 매달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성과급 때문이다. 기관장의 자리 보전과도 연결된다. 심평원은 지난해 원장, 직원 할 것 없이 두둑한 성과급을 받았다. 땅 투기로 전 국민의 원성을 산 LH도 해마다 경영평가에선 줄곧 최상위 점수를 받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가 결국 토해냈다.

안 그래도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게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들이다. 지난 6월 평가 오류가 드러나 일주일 만에 10개 기관의 평가 등급을 바꾸는 창피를 당하고 곧이어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기획재정부다. 전문적 평가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윤리경영과 안전, 재무성과 반영 비율을 높이는 한편 향후 전담조직 신설까지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빠졌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최종 목표는 자율과 책임경영 체계의 확립이다. 관련법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 꼼꼼한 평가만큼 중요한 것이 자율이다. 공기관 스스로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경영에 매진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지름길은 독립된 감사 기능이다. 기관장과 감사 자리에 무능한 낙하산이 와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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