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골목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있다. [박지영 기자/park.jiyeong@]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치킨값이 2만원이 넘는 시대에 덩달아 배달료도 2만원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 되고 있다. 배민1이 초래한 배달료 인상은 연쇄적인 요금 인상을 불러오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배달대행연합)
배달비를 둘러싼 갈등이 배달 플랫폼과 배달 대행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위주였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 경쟁을 벌이면서, 배달 기사에 지급하는 배달비를 올린 탓이다. 배달 대행업체는 배달 앱으로 배달 기사가 몰리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 일대 배달 대행업체 연합이 배포한 전단지. 배달비 인상의 이유를 배달 플랫폼의 직접 진출로 지목하며, 대안으로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 특급' 이용을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13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 일대 복수 배달 대행사는 소비자와 가맹점주에 ‘누가 배달료 인상을 부추기는가?’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이들은 “배민1이 의정부에 들어오면서 평균 배달료의 2배를 제시, 기사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 배달 생태계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민1은 배달의민족이 지난 6월 출시한 단건 배달 서비스다. 자체 배달 인력(배민 라이더·배민 커넥터)을 활용해 한 번에 1개의 주문만 소화한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기사 확보를 위해 적게는 건당 6000원에서 많게는 건당 1만~2만원 상당의 배달비를 지급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앱에서 발생한 모든 주문건을 자체·단건 배달로 소화 중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을 통해 자체 배달 기사 '배민 커넥트'를 운영 중이다. [배민 커넥트 홈페이지 캡처] |
그 결과 지역 배달 기사들이 배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의정부 배달 대행 연합은 배달 기사를 붙잡기 위해 배달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어느정도 자금력이 있는 서울 배달 대행업체와 달리 지방은 영세 업체가 대다수이다보니 배민, 쿠팡이츠 진출로 인한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며 “배달 대행업체가 올리면 배달 플랫폼도 따라 올리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플랫폼의 직접 진출과 단건 배달 경쟁보다도 ‘배달 수요 폭증’이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실제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자사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상반기 1535만건이던 배달앱 사용 건수는 2021년 상반기 5115만건으로 급증했다. 2년 사이 3배가 증가한 셈이다. 배달 기사 공급이 주문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배달 기사의 ‘몸값’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단건 배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주문의 대다수는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업계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발생 주문의 90%를 배달 대행업체가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하루 평균 500만건 이상의 주문이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달 플랫폼이 배달 생태계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연합] |
배달 플랫폼 또한 배달비로 골머리를 썩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서비스 일반노조 배달 플랫폼지부 배민지회는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 임금은 7년간 65%가 올랐지만 기본 배달료는 여전히 3000원”이라며 “라이더들이 업체 간 단건 배달 경쟁으로 배달료를 높게 받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배민1 도입으로 배달기사들의 운행거리 또는 시간당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본다. 배달의민족은 프로모션 배달료를 많이 지급해 보수가 낮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건당 기본 배달 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춰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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