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비즈] 징벌적 종합부동산세, 국가권력의 ‘양날의 칼’
뉴스종합| 2021-12-16 08:41

“민심을 얻으면 천심을 얻고, 민심을 잃으면 천심을 잃는다.”

과거 거대권력을 가진 군주에 대해 민심을 얻어 다스리라는 맹자의 말씀인데 요즈음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의 상황이다.

근세 민주주의 이전 과거 동양사회에서 현명한 군주의 기준은 덕치(德治)를 통한 통치이고, 덕치의 실천은 과중한 세금(稅金)과 노역(勞役)을 경감하여 백성이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성군(聖君)으로 인정되는 세종대왕의 ‘농지세’ 개혁을 생각한다.

조선 초기 나라의 주된 세금은 농작물에 대해 과세하는 농지세다. 세종은 당시 농지세가 땅의 비옥도를 도외시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과세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땅의 비옥도에 따라 전분(田分) 9등급, 매년 가뭄, 해충, 재해 등 연도별 상황에 따른 연분(年分) 6등급으로 과세기준을 변경하는 것을 수년간 연구와 시범사업을 실시하였다.

최종적으로 중앙의 관원과 지방의 양민 등 17만명의 의견을 수렴하여 농지세 과세방법을 변경한 것은 민주적 세제개혁의 최초의 사례다. 납세자의 개관적인 부담능력에 따라 세금을 과세하는 ‘공평, 공정과세’의 역사적 선례인 것이다.

최근 정치적 쟁점인 종합부동산세의 신고, 납부시기가 지난 12월 15일로 끝났다. 종부세 제도는 과거부터 추구해 온 희소한 토지자원의 공공성 확보라는 토지공개념, 소수의 부동산 부자에 대한 부유세(富裕稅) 과세를 통한 형평성의 확보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최근 종부세는 도입 당시의 긍정적 목적보다는 사회적, 정치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더욱 부각되며 조세 권력의 위험한 ‘양날의 칼’이 되었다.

종부세 제도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금보다 가혹한 세금을 합리화하겠다는 공약과 ‘국토보유세’ 신설을 통해 보유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대립하고 있다.

투기억제와 이념대립의 양날의 칼을 가진 종부세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쟁점을 검토해본다.

첫째, 종부세 과세의 타당성을 납세자 2% 대비 비납세자 98%라는 이분법으로 비교한다. 즉 2%의 ‘절대부자’와 98%의 상대적으로 가난한 일반국민으로 편 가르기 논리다. 2%의 소수 국민에 대해 징벌적 세금을 과세하더라도 문제없다는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일부 정치인은 1주택자의 종부세가 그랜저 승용차의 ‘자동차세’보다 적으니 문제없다고 하는데, 세금의 성격과 목적이 다른 것을 단순히 금액만으로 수평적 비교는 큰 잘못이다.

둘째, 조세정책의 핵심인 공정성의 침해와 실물시장 왜곡으로 역설적 불공정성 발생이다. 두 사람의 재산가액이 동일하다면 원칙적으로 담세능력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비슷한 세금을 부과함이 공정성의 원칙이다.

동일액수 재산 보유자(예: 20억원)에 대해 종부세 금액이 상황에 따라 수십 배 차이가 날수 있다. 주택의 소유자가 개인이냐 법인이냐, 똘똘한 강남 1주택 소유자이냐, 상속주택, 고향주택, 저가주택 등 포함 다주택자이냐에 따라서다.

1주택 고가주택 소유자가 저가의 다주택 보유자보다 재산가액이 많아도 세금이 낮다. 1주택자 간에도 최근에 집을 산 사람은 높게 과세, 장기간 보유한 사람은 낮게 과세한다. 형평성 확보와 투기억제이유로 도입한 종부세 제도가 실물시장의 왜곡, 주택가격의 상승, 공시가격 인상과 종부세 증가, 경제적 약자인 전월세 세입자에게 세금전가 등 악순환의 쳇바퀴다.

셋째로 유주택자, 무주택자 간에 갈등과 분열의 초래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납세자의 수용을 넘어서는 과중한 세금은 복지재정, 소득재분배 등 선의의 목적이라도, 세금부담이 징벌적일수록 반비례로 사회적 비용도 크게 발생한다. 상극(相剋)이 아닌 상생(相生)의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깊은 수렁에 빠져있는 종부세의 합리적 개혁을 차기정부에 기대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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