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희망없이 인내만 강요당하는 한국 중장년의 팍팍한 삶
뉴스종합| 2021-12-22 11:16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중장년층(40~64세) 행정통계 결과’는 깊은 한숨을 불러온다. 현실도 넉넉하지 않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는 쪽이다. 희망이 절벽이다. 오직 인내만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중장년층은 2008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0.1%를 차지한다. 이 중 등록 취업자는 전체의 64.9%다.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정부 일자리사업의 도움을 받는 연령층이니 별의미는 없다. 오히려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이들의 평균 소득은 3692만원이다. 1년 전 3555만원보다 3.8% 늘었다. 좋아진 건 딱 그것뿐이다. 그나마 실질적인 효과도 없다. 중장년의 절반 이상(56.5%)은 금융권 대출이 남아 있다. 평균과 비슷한 중앙값은 5200만원이다. 이건 전년(4856만원)보다 7.1% 증가했다. 집을 가진 중장년 인구는 전체의 43.1%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9840만원이나 된다. 거의 1억원이다. 집 없는 사람들의 2780만원보다 3.5배 많다.

이런 와중에 올 들어 금리인상이 시작됐다. 집값이 올라 자산 증가 효과는 보지 않았느냐고 하겠지만 어차피 나가지 않고 살아야 할 집이다. 집을 가졌든, 못 가졌든 빚이 늘어난 이들의 올해 삶은 더 팍팍해졌을 게 분명하다.

내년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중장년 임금근로자 중 27.6%가 근속기간 1년 미만이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닌 사람이 4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평생직장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너무 불안정하다.

속은 더 시커멓다. 미혼이든, 이혼이든 중장년층 다섯 명 중 한 명은 혼자 산다. 1인 가구 비중이 무려 19.1%다. 달랑 둘이 사는 2인 가구도 27.7%나 된다. 지난해 중위소득이 150만원가량이니, 300만원을 넘는 월수입으로 혼자 또는 둘이 살면 그래도 소득 기준의 중산층은 된다. 하지만 자녀를 한두 명 뒀다면 중산층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부자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중산층 목표마저 멀고도 험하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4명보다 적다.

중장년은 청년에서 넘어오고 노년으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가장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높아야 할 인생의 황금기다. 국가경제의 허리라는 얘기다. 그런 중장년의 현주소가 안정적인 미래는커녕 중산층도 바라보기 힘든 수준이다. 이러니 결혼은 미뤄지고 포기되고 인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질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 만사의 해결책임을 중장년 통계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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