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서울 전체 오피스 공실률 꾸준히 하락해 3Q 4.35%
호황기 누리는 게임회사들의 머니파워도 한 몫
개발자들 업무환경 중요시해 공간 넓게 써
판교 공실률 0% 이어져
인력수급 등의 측면에서 판교 유리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3층에 위치한 라이엇 PC방 [서영상 기자]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오피스 시장이 큰 호황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수혜를 입고 있는 정보통신(IT), 플랫폼 기업들이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많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기업들이 강력한 보안 정책 탓에 장기 재택근무가 어려운 가운데 업무환경을 중요시하는 개발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무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25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지역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4.35%를 기록했다. 1분기 6.33%, 2분기 5.45%에서 계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공실률이 하락하자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 265만 6000원이던 서울 오피스 환산전세가는 차츰 올라 3분기에는 268만 90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초 248만 2000원이었던것과 비교하면 1년 9개월만에 8%가 오른 것이다.
[교보리얼코] |
이같은 오피스 공실률 하락은 최근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업종과 e커머스 업체들이 사세를 확장하고 이주 수요가 많아지면서 더 나은 환경의 오피스들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수요는 강남권 등에 주로 몰리지만 도심권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오피스 건물 중 하나인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3층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통으로 임차해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파크’와 PC방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가 들어간 3층은 3.3㎡당 임대료가 16만원이 넘어 국내 최고가 임대료를 자랑한다”며 “웬만한 금융회사들도 비싼 임대료 탓에 못 들어온 자리를 게임회사가 빌려 PC방을 두는 것을 보고 게임업체들의 머니파워를 실감한다”고 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일대 오피스 건물들. 멀리 NHN과 넥슨 사옥이 보인다. [서영상 기자] |
IT 업체들의 부흥은 경기도 판교권역 오피스가 0%의 공실률을 기록하는데도 부채질했다. 지난달 준공식을 가진 4만9000평의 알파돔 6-1 용지는 카카오 계열사가, 바로 옆 6만평의 알파돔 6-2 용지는 네이버 등이 완공도 전에 사실상 건물을 통째로 임대했다. 업계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으로는 판교가 최고의 입지 조건이라는 점과 함께 IT 개발자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판교역과 테크노밸리 등을 중심으로 한 판교 오피스권의 올해 3분기 공실률은 0%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3대 오피스권역인 강남권(GBD·Gangnam Business District) 1.36%, 도심권(CBD·Central Business District) 7.42%, 여의도권(YBD·Yeouido Business District) 6.93%에 각각 공실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한국리얼코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분당지역 공실률 결과를 발표할 때 0%인 판교 탓에 전체 수치에 오류를 일으키는 부분이 있어 판교권역을 빼고 분당구 서현동 인근을 따로 집계한다”고 했다.
원활한 인력수급의 측면도 있다. 젊은 개발자들이 많이 상주하는 판교가 좋은 인재 채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판교테크노밸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여의도 근처에서 회사를 운영하다 인력채용의 어려움을 겪어 자신이 원하는 입지의 판교 오피스를 대기라도 걸어놓겠다는 회사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며 “절이 중을 찾아 떠나는 모양새”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은 개발자가 업무환경을 중요시 하는 탓에 인력대비 꽤 넓은 공간을 필요하다”면서 “지속되는 거리 두기 탓에 사무공간을 과거처럼 다닥다닥 붙이는 것도 꺼린다”라고 했다.
실제 이 일대는 임대료도 계속 오르며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들을 따라잡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약면적 기준 3.3㎡당 5만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 6만원 중반을 넘어섰다는 것이 근처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교보리얼코에서 여의도권과 강남권 월 임대료를 3.3㎡ 당 7만 7000원과 8만 5000원으로 각각 파악한 것 보다 1~2만원 적은 금액이다.
판교역 근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일대 대형오피스 건물인 알파돔까지 준공식을 마치며 당장 인근에서 오피스가 공급될 땅이 없다”며 “한정된 공급 속에서 수요는 계속되는 만큼 임대인우위 시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