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인맥·정치지향 한눈에...국회의원 후원의 정치학
뉴스종합| 2021-12-24 11:38

한 국회의원의 인맥과 정치적 지향점은 후원회장을 보면 엿볼 수 있다. 의원은 주로 정치·경제계의 유력가 중 뜻이 맞거나 평소 친분이 있던 인물에게 후원회장직을 제의한다. 각 의원 후원회장의 면면은 정치권 내 세력 분포나 재계, 학계, 문화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각 정치인들의 인연과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대선을 맞아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배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치 참여 선언’을 하기 전후부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의원들의 공통점도 후원회장 명단을 보면 살펴볼 수 있다. 헤럴드경제는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올해 말 기준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부’를 입수했다.

국회의원 후원회장으로 이름을 가장 많이 올린 인사는 이 전 대표다. 강훈식·고용진·김용민·김주영·박정·백혜련·서영교·윤재갑·이소영·정춘숙·홍기원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 대표를 간판으로 쓸 만큼 가까운 관계인 의원이 당내 11명이나 있는 셈이다. 선수(選數)도 초선부터 중진까지 다양하다. 이 후보의 입장에선 이 전 대표가 당의 ‘원팀’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핵심 퍼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최근 한 시름을 놓았다. 그간 소통에 미온적이었던 이 전 대표는 전날 당 선대위 내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유상범·조수진·최형두 의원의 후원회를 관리하고 있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일한 안 전 대법관과 윤 후보는 친분이 두터운데, 공교롭게도 이들 세 의원도 모두 윤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했다. 유·최 의원은 지난 6월29일 윤 후보가 정치 참여 선언을 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을 찾았을 때부터 그와 동행했다. 이 때문에 두 의원은 진작부터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됐다. 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조 의원은 여권의 이른바 ‘윤석열 X파일’ 공세를 펼칠 때부터 최전방에서 대응했다. 최근까지는 선거대책위원회의 공보단장직을 수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력가 한 명이 여러 의원의 후원회장을 한 번에 맡는 사례가 다수다. 이 전 대표 다음으로 후원회장 이름에 많이 오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원혜영 전 의원은 각각 의원 6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우원식·이수진·이탄희·조승래·홍성국·홍영표 의원, 원 전 의원은 김경협·김영호·서영석·신동근·위성곤·조정식 의원의 후원회를 운영한다.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선 후원회장이 중복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안 전 대법관을 빼면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권영세·유경준 의원의 후원회를 함께 관리하는 정도다.

비정치권 인사가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은 일도 적지 않다. 배우 우현 씨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두 사람은 함께 학생운동을 하면서 친해졌다. 김성한 전 기아타이거스 감독은 정태호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산악인 엄홍길 씨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회장직을 승낙했다. 제9대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김능진 충남대 교수는 윤봉길 의사 외손녀로 제10대 독립기념관장을 맡았던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1992년생 작가 이슬아 씨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원율 기자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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