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잦은 빚탕감·유예가 불러올 도덕적 해이 우려해야
뉴스종합| 2021-12-30 11:38

금융 당국이 또다시 빚 탕감 정책을 내놨다. 이번엔 신용기관이 보증한 대출들이다. 대위변제 후 1년 지난 보증부 대출은 70% 원금을 감면해주고, 전제조건도 대위변제 후 1년 경과에서 6개월로 범위를 확대해 내년 2월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 2조1000억원의 부실 채권이 상각되고 8000억원이 추가로 감면 기준 완화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건수로도 37만2000건에 달한다.

이번 조치는 신용회복위원회와 신용보증기금, SGI서울보증보험 등 5개 보증기관장이 모여 소상공인·서민의 재기 지원을 위한 보증부대출 신용회복 지원 강화 업무협약을 맺는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어디로 보나 금융위원회의 작품이다. 실제로 29일 협약식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다각적인 금융 지원 노력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면서 “보증부대출 채무조정 개선 방안과 같이 선제적인 정책 대응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채무자들의 재기를 돕자는 취지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빚 탕감과 유예 조치가 너무 잦다. 최근 한두 달 새 벌써 여러 건이다.

금융위는 소득이 감소한 개인채무자의 원금 상환을 최장 1년간 유예해주는 특례 조치를 이달 초 6개월 연장키로 했다. 벌써 세 번째 연장이다. 유예된 개인채무는 1조원에 육박한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도 채권 매입 주기를 현행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했다. 지원 강화 조치의 일종이다. 지난 11월엔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과 금융대출에 대한 원금(최대 30%)과 이자감면(전액) 지원대책도 발표했었다. 사회적 배려계층에만 적용하던 상환 유예도 일반까지 확대했다.

금융 당국뿐 아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도 지난 10월부터 사업 실패 등으로 채무 변제에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의 원금·이자를 감면해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NH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취약계층 농민이 장기 연체한 채무의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문제는 잦은 빚 탕감이 불러오는 부작용이다.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금융 시스템의 원칙까지 흔들 수도 있다. 꼬박꼬박 원금과 이자를 갚아온 서민은 역차별의 허탈감에 빠져 있다. 가계대출 억제 조치로 더 많은 이자를 무는 고신용자들의 불만도 쌓이긴 마찬가지다.

채무 탕감은 개인부채 해결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금융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개선되지도 않는다. 모든 정부에서 거의 연례행사처럼 벌이는게 개인채무 탕감 아닌가.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