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선언에 긍정적 vs 부정적, 전문가 진단 엇갈려
“북남관계·대외사업, 원칙적 문제·전술적방향 제시”
당 전원회의 5일간 진행…경제·농촌·방역에 초점
김정은 “인민 식생활문화 흰쌀밥과 밀가루 위주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당 전원회의가 작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진행됐다며 회의 결과를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해 이날 공개한 전원회의 결과에선 특별한 대남·대미메시지는 없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은 작년 한해를 결산하고 2022년 새해 국정방향을 제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와 농업, 방역에 방점을 찍었다.
관심을 모았던 대남·대미메시지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당 전원회의, 새해 사업계획 등 6개 의제 다뤄=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위대한 투쟁의 해를 총화하고 새로운 발전지침을 책정하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가 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령적인 결론’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전원회의 결과 보도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장기간인 닷새 동안 진행된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2021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 집행정형 총화 및 2022년도 사업계획 ▶2021년도 국가예산 집행정형 및 2022년도 국가예산안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 ▶당규약 수정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의 2021년도 하반기 당조직 사상생활 정형 ▶조직문제 등 6개 의제를 다루고 이를 전원일치로 승인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해 우리 당과 인민 앞에 나서는 기본과업은 5개년 계획 수행의 확고한 담보를 구축하고 국가발전과 인민생활에서 뚜렷한 개변을 이룩해 조국청사에 영광스러운 한 페이지를 아로새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전선인 경제부문에서는 현행생산을 활성화하면서 정비보강사업을 보다 힘 있게 추진해 나라의 경제를 장성궤도에 올려세우며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향상된 생활을 제공하는데 총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도는 특히 둘째 토의 의제였던 ‘우리나라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 토의 내용과 결과에 상당 비중을 할애했다.
이와 관련 보도는 “오늘 농촌을 혁명적으로 개변시키는 것은 엄혹한 난국을 주체적 힘의 강화 국면으로 반전시키고 국가의 부흥발전과 인민의 복리증진을 이룩해나가는 데서 중차대한 혁명과업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농촌 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과학농사제일주의’ 등 구호를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가의 알곡생산구조를 바꿔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할 것과 인민 식생활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꿀 것을 강조하면서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 받은 뒤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하는 특혜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원회의 결과 보도는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중대사”로 규정하면서 “나라의 방역기반을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히 올려 세우고 방역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는 것을 비롯해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시키는 데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중국 등과 최소한의 교류만을 유지하면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자력갱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당 전원회의가 작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진행됐다며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해 이날 공개한 전원회의 결과에선 특별한 대남·대미메시지는 없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전원회의 보도 원고지 98장 분량…대외관계는 단 두 줄=반면 당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대남·대외메시지는 단 두 줄에 불과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를 통해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만 언급했다.
이날 신문이 전한 전원회의 결론 보도는 200자 원고지 98장 분량이었는데, 대남·대외 관련 언급은 60여자에 불과했다.
이번 전원회의 결론 보도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한다고 볼 때 역대 신년사를 포함해도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에 대한 언급으로는 가장 짧은 기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2021년 평가와 2022년 대내외정책 방향 제시에서 남북관계와 대외정책 부분이 이처럼 예외적으로 극도로 적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북한이 올해도 대남 및 대미접촉에 나설 준비가 돼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따라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호응해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대남·대미메시지를 최소화한 것은 대외정세를 관리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가 전원회의 때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참석한 대외관계 분과 부문별 연구와 토의 장면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대외관계 결론은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관계와 대외사업 전술적 방향을 비공개한 것은 작년 대남·대미정책 평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과 올해 1/4분기 주요 정세 변수, 그리고 향후 조성될 정세를 고려해 정책 기조를 밝히는 데 대한 부담감 등 때문”이라며 “신중하게 결과를 보고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남측 대선 결과, 미중 전략경쟁 구도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판적 평가나 구체적 전술을 공개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정세를 관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남·대외메시지를 최소화했다는 얘기다.
홍 연구위원은 특히 “대남·대미 관련 부분 비공개는 한국과 미국에는 긍정적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유보하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한미의 적극성을 관망하고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국방부문과 관련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 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인민군의 혁명사상 일색화, 당중앙 영도에 절대충성, 절대복종 등을 강조했다.
또 군수공업부문에 있어선 작년 초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적 기조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