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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이세영, “성덕임은 현대를 살아가는 저보다 더 주체적”
엔터테인먼트| 2022-01-05 13:47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이세영이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 역을 맡아 새로운 사극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역사 속 의빈 성씨와 정조의 러브스토리를 궁녀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이세영은 그 중심에서 지금까지의 궁녀 캐릭터 중 가장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성덕임’ 그 자체로 분했다. 생각시 시절에서 시작해 왕의 즉위 후 대전 나인, 그리고 후궁이 된 의빈 성씨까지 모두 다른 느낌을 자아내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이세영은 최종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변화를 처연한 표정과 슬픔에 젖은 눈빛으로 담아냈으며, 아들과 친구를 잃은 마음을 처절한 눈물 연기로 표현했다.

궁녀에서 후궁으로 신분이 바뀜에 따라 갑자기 말투와 행동에 변화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 없이 기품과 위엄이 흘러 넘쳐 감탄을 자아냈다. 이세영은 유쾌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한 연기를 펼쳤으며 정통 사극의 무게감이 필요할 때는 특유의 단단한 발성과 호흡으로 완벽한 완급조절을 선보였다.

2003년 ‘대장금’에서 서장금(이영애)과 대척점에 서있던 최금영(홍리나)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이세영은 이후 ‘대왕의 꿈’, ‘왕이 된 남자’을 거쳐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다시 한복을 입었다.

-소감은?

▶7개월동안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될지 몰랐다. 마지막회는 준비하면서 울었고, 대본이 슬퍼서 울었다. 사랑이 절절해 오래갈듯하다. 시청자에게도 여운이 남을 듯 싶다.

-5%대 시청률에서 시작해 17%대까지 급상승세를 보였다. 인기비결은?

▶‘옷소매’는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정치 부분은 어른들이 좋아한다. 사극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감, 스케일, 다양한 색깔의 한복, 자연을 쓰는 연출법, 준호 배우님과의 케미 등등. 꿈 같고 감사하다.

-성덕임은 그간 사극 속 궁녀들과 는다르다. 왕에게 승은을 입는 것을 목표로 하던 궁녀들과 달리 자신만의 목표와 욕망이 있었다. 당차고 주체적인 덕임을 표현할 때 신경 쓴 부분은?

▶후반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적고 포기 부분이 많았다. 나는 능동감, 활기차게 자유를 갈망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말을 분명히 하고, 생동감 있게 하려고 했다. 그 시절 선택을 자유롭게 하면서 살고 싶어하는 덕임은 각별한 인물이다.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그리 못했을 것이다. 선택하고자 하는 목표와 열망이 더 있는데, 그렇게 못하는 아픔이 더 컸다.

덕임은 현대를 살아가는 저보다 더 주체적이다. 나는 선택하면서 살고 있는지 자문해봤다. 후궁이 되면 ‘출세했네’라고 생각하지, ‘행복한가’라고 묻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덕임은 소박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필사, 친구가 더 중요하다.

-덕임이 “제 모든 것이 저하의 것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나

▶제 목표도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인데, 덕임의 용기는 대단하다. 사랑과 자존심이 강하다. 목숨이 두개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말이다. 정조를 사내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입씨름인데, 그 정도 입장에서 말한다.

-후궁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납득시키고자 했는지?

▶내(덕임) 삶을 살아내기에도 벅차다. 그러니 연모하는 마음을 걷어내주세요. 계속 거절하는 과정은 로맨스 사극이라, 왜 저러지 할 수도 있다. 궁녀가 왕을 사랑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가 힘들었다. 나 나름대로 ‘아직도 모르십니까’ ‘내가 진정 내키지 않았다면 멀리 도망갔을 것이다’는 정도의 표현은 했다.

-마지막회에는 먹먹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연기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또 새드엔딩과 해피엔딩 중 어떤 엔딩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16,17화 대본 리딩, 리허설때도 울었다. 저는 절제하려고는 했다. 보는 사람이 슬퍼하려면 내가 너무 울면 안된다. 엔딩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둘이 만나 해피이고, 이성적으로 보면 덕임이 죽었으니 새드다. ‘새피엔딩’이다.

-‘옷소매’의 배경이 되는 영·정조 시대와 의빈 성씨에 대해 공부한 부분이 있는지

▶영정조시대의 업적, 시대 상황, 그 시대 궁녀의 삶에 대한 책을 읽었다. 정조와 의빈성씨 사랑은 원작을 읽은 후에 정조의 어제비문을 찾아봤다.

-생각시 시절부터 함께했던 김복연 역의 이민지, 배경희 역의 하율리, 손영희 역의 이은샘 배우와도 많이 가까워졌을 것 같다.

▶이민지 배우가 친구로 나왔지만 나보다 몇살위다. 궁녀모임의 보이지 않는 리더다. 분위기는 화목하고 끈끈해져 금세 친해졌다. 야식 먹으며 게임도 했다. 사적인 모음도 만들었다. 이민지 배우가 홍덕로의 실물을 2번 보고 연모하는 것도 재밌었다.

-명대사를 꼽아달라

▶배우로서는 “작은 것이라도 좋아, 선택이라는 걸 하고싶어”였고, 덕로가 나에게 “궁녀에 대한 것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구”라고 말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그리하여 순간은 곧 영혼이 되었다”, 이 3가지 대사가 오래 남는다.

-작품성 측면에서는 호평받은 ‘카이로스’에 이어 ‘옷소매’까지 작품 고르는 안목이 있는 것 같다.

▶제가 뭘 고르겠나? 인물이 뭔가 원하기 시작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메시지 있는 작품에 더 끌린다. ‘옷소매’는 삶을 선택하고자 했지만 그리 하지 못한 힘없는 궁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대본이 재밌었다. 힘 없는 여인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고, 여운이 길어 하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준호 배우와의 케미는

▶가장 친한 사람은 궁녀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준호 씨다. 긴 시간 붙어있는 준호 씨와 가깝다. 서로 컨디션을 잘 알고, 준호 씨의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했다. 연기하는데 호흡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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