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헤럴드비즈] 2022년 한국의 집중 과제는 ‘산업신경망’ 구축
뉴스종합| 2022-01-13 11:19

같은 동네에서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던 밀가루가게, 빵집, 슈퍼마켓의 관계가 최근 나빠졌다. 원인은 밀가루가게 사장의 태도 변화 때문이다. 가게가 잘되자 슈퍼마켓 사장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급기야 옆 동네에 슈퍼마켓을 오픈하겠다고 했다. 이에 슈퍼마켓 사장은 빵가게 사장에게 밀가루가게 사장과 거래를 지속한다면 빵을 유통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에 화가 난 밀가루가게 사장은 빵가게 사장에게 슈퍼마켓 사장의 말을 듣는다면 밀가루 공급을 끊어버리겠다고 했다. 이 둘의 싸움에 빵가게 사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위 사례는 현재 한국과 중국, 미국의 상황과 닮았다. 과거 유통 가치사슬에서 미국은 늘 우위를 선점했다. 통제권을 강하게 지닌 중동을 제외하고, 3차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석유의 유통시장은 미국의 독점 시장과도 다름없었다. 하지만 4차 산업으로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가치사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4차 산업의 핵심요소인 반도체 원재료를 무기로, 제조와 유통을 담당하는 축이 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 변화의 핵심은 ‘반도체’와 ‘기후변화’, 2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3차 산업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중국은 이제 4차 산업 가치사슬에서의 우위 선점을 위해 반도체 제조국으로 변화를 꾀한다. .

중국에 대한 견제책으로 미국은 ‘기후변화’ 카드로 반격하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는 공해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3차 산업 기업과 국가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아킬레스 건이다. 미국은 4차 산업을 주도하는 기술개발과 동맹을 구축해 4차 산업 가치사슬의 우위를 점할 계획이다. 이에 중국은 미국 견제를 위해 회토류 채굴회사를 합병하고 국유화했다.

4차 산업혁명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기싸움 중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한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등으로 인해 4차 산업 제조 부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가치사슬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기에 양국을 잘 살펴보며 원재료 공급과 판매처 확보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산업신경망 구축’이다. 산업신경망은 과거 가치사슬 또는 공급망과는 다른 개념이다. 산업신경망에서는 핵심 재료, 인적 자원을 포함해 데이터의 수급 상황과 이동이 실시간 파악되고 유통·소비되는 과정이 더 세밀화된다. 과거 가치사슬이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지도와 같은 것이라면, 산업신경망은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원재료 수급과 제조·유통·소비의 연결고리에서 새 루트를 찾아내고, 전체 신경망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할 수 있고 재료 공급과 유통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산업신경망은 가치창출과 더불어 리스크관리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은 수소경제, 그린에너지·물류, 배터리, 5G+콘텐츠 등을 새로운 성장생태계로 보고 있기에 4차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지목된 부문에서 가치사슬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신경망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요소수 부족으로 전 세계 물류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중국과 호주 간 외교적인 갈등은 중국의 전력난을 야기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켰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흐름에서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은 모든 국가가 새로운 산업생태계에 뛰어드는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력, 원재료, 물류 부문에서 ‘뉴 노멀(New Normal)’이 가속화되고, 중국과 미국간 패권경쟁이 첨예화되는 상황이다. 최첨단 산업에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이 산업신경망 구축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병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금융산업 리더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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