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50 대선, 비전·통합·신뢰 ‘3角위기’
뉴스종합| 2022-01-18 11: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이번 대선이 ‘게임(GAME)’처럼 진행되는 데에는 여론조사 횟수가 폭증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조사기관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 정파색 짙은 조사 등은 여전히 대선판을 혼탁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외교와 안보 등 국가 운명을 좌우할 이슈가 과도하게 희화화하는 문제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는 짧은 문구나 영상만으로 대체되기 힘든 어떤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대선 이후 국민 통합을 저해할 요인들이 대선 전부터 켜켜이 쌓여나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같은 조사 다른 결과=18일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전국 단위 여론조사기관 수는 88곳이다. 여론조사기관은 지난 2017년 27곳에서 불과 4년 사이 3배 넘게 폭증했다. 조사기관 수가 늘어나면서 개별 기관에 대한 관리는 사각이 생겼다.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같은 여론조사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거나 정파색 짙은 여론조사 항목 때문에 논란이 불거진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난 1월 10~12일 코리아리서치와 케이스탯 두 곳(NBS 조사)이 실시한 대선후보 4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37%,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2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4%, 심상정 정의당 후보 3%로 집계됐다. 그런데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1~12일 실시한 대선후보 4자 대결에선 윤 후보 38.8%, 이 후보 32.8%, 안 후보 12.1%, 심 후보 2.5% 순으로 나왔다.

하루 차이를 두고 실시한 같은 조사기관의 두 여론조사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표본 수와 전화면접원 조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이용 등 조사방법까지 같았으나 결과가 크게 엇갈리자 NBS 측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NBS 조사는 전국 유권자 1000명, 코리아리서치·MBC 조사는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가 편파적이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24일 국민의힘은 KSOI가 지난달 17~18일 실시한 ‘가족리스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윤 후보를 염두에 둔 듯 ‘배우자 논란’에 대해서만 질문을 해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해당 질문은 ‘대선 후보 배우자의 자질이 후보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였고, 이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문제에 대해선 질문 문항에서 누락된 바 있다.

▶7자에 담기엔 모자라=휘발성이 큰 ‘젠더 이슈’ 역시 과도하게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투’ 문제나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 등을 공약으로 내건 양식이 ‘일곱 글자’ 등 초간결 메시지란 점에서 정치희화화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거대담론이 없는 선거에서 너무 작은 부분에 치중하는 선거공약 발표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젠더 갈등’은 20대가 생각하는 ‘가장 큰 갈등’으로 꼽히는데, 이에 대해 여가부 폐지 문제를 공식화한 것은 ‘이대남 표심’의 문제를 떠나 ‘여성표 득표’에도 별달리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도 나온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젠더 이슈는 공짜로 다 가져가는 것은 없다. ‘작용-반작용’의 게임이라 이쪽(남성표)에서 얻는 게 있으면 저쪽(여성표)에서 잃을 위험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탈모 공약’으로 인기몰이를 하자 윤 후보가 뒤따라 ‘혈당측정기’ 건강보험료 지급으로 맞불을 놓은 것 역시 건강보험공단 재정을 고민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외에도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공통으로 내놓은 ‘용적률 500%’ 공약은 닭장 같은 집을 만들 것이란 우려를 받고 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내가 집권하면…”이라는 발언이 포함된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걸크러시’라며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유포되고 있고, ‘멸공 논란’에 스타벅스 불매운동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표적이 된 것 역시 대선판 희화화의 단면이란 지적도 나온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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