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이기주의와 탐욕이 몰고 온 윤리경영의 위기
뉴스종합| 2022-01-20 11:24

오늘날 경영의 화두인 ESG(친환경 Environment·사회적 책임 Social·지배구조 Governance)가 위협받고 있다.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이제 막 싹을 틔워 나가려는 상황에서 악재들이 쏟아진다. 특히 지배구조가 문제다. 지배구조는 투명경영, 준법경영, 윤리경영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기주의와 탐욕이 윤리경영을 망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그룹의 ‘먹튀’ 논란이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상장 한 달여 만에 44만주 넘는 주식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40배가 넘는 막대한 차액을 남겼다는게 밝혀졌다. 류 대표가 챙긴 돈만 수백억원이 넘는다. 카카오는 류 대표의 사퇴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 했지만 곧이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지난해 자신이 보유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일부를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가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시장에서 주가 고점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주가는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입는다. 경영진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한푼이라도 자기 것을 더 챙기려는 탐욕이 앞서서 하는 행동이다. 영락없는 도덕적 해이다. 비록 윤 대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차액보상형으로 진행했다지만 본질은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카카오그룹은 거대 플랫폼의 위력을 앞세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고 퀵서비스를 비롯한 일부 사업들의 철수와 축소를 발표했었다. 3000억원의 상생기금까지 내놓는다고 했지만 이미 혁신의 아이콘이란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경영진의 먹튀 논란은 탐욕적 기업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타리 산업에서 글로벌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1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게 불가피했지만 모회사인 LG화학 주주의 마음을 달래는 배려가 수반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역설적으로 윤리경영이 강조돼야 하는 이유는 경영진의 탐욕적 행동들이 모두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도 성과 보상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합리적인 행동 아닌가. 물적 분할도 마찬가지다. 비난을 할 수는 있어도 벌을 줄 수는 없다. 규제 와 감독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가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후 2년까지 주식 매도를 할 수 없고,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행위를 금지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퇴직하고 스톡옵션 행사하면 그만이다. 결국 윤리경영이 아니고는 답이 없다. ESG가 더욱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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