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자기 파괴적 ‘혐오정치’…벌써 대선 이후 후유증 걱정
뉴스종합| 2022-01-21 11:11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대선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찍을 사람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투표 독려 캠페인이 무색할 지경이다. 사진은 지난 6일 광주 서구 평화공원에서 열린 선거 홍보 행사. [연합]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혐오 대선’ 양상이다. 야당 대선 후보 부인의 ‘내가 집권하면 가만 안둔다’는 녹취가 공개되자 여당 대선 후보의 ‘욕설’ 한묶음이 맞공개 됐다. 차기 국가 비전을 담은 대선 공약은 서로 얽혀, 어느 것이 어느 후보의 공약인지 구분키 어렵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스스로도 원팀이 못되고 자중지난을 겪는 정치판에 ‘사회통합’을 기대키는 어렵다. 지지층 공략을 위해 내놓은 정책들은 ‘편가르기’의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는 상대 후보 지지율을 삭감하나,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조언했고, 정치혐오가 대선 이후에도 ‘대통령 당선자’를 인정치 않는 분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녹취록 공방= ‘녹취록 공방’은 불가피하게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편집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녹음파일을 있는 그대로 모두 공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사실상 전부 공개를 허용했다. 단 법원은 ‘사생활 부분’은 제외하라고 했다. 이미 공개된 녹취 파일에는 김씨가 ‘조국이 가만히 있었으면 구속 안됐다’, ‘내(김건희)가 무당보다 점을 더 잘본다’는 등의 발언이 담긴 바 있다.

국민의힘 측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형수 욕설’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위 장영하 변호사는 국회에서 이 후보와 형수 등이 주고받은 욕설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측은 ‘한국어로 구사 가능한 극악무도한 욕설’이라 평가했다. 민주당은 장 변호사를 후보자 비방죄로 고발한다고 밝혔으나, 선관위는 ‘원본 유포는 선거법 위반으로 단정키 어렵다’고 유권해석 했다.

▶대동 소이 ‘공약’=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 ‘중도층’ 공략을 지상과제로 설정하다보니 양측의 공약이 서로를 닮아가는 양상도 빚어진다. 이 후보는 부동산세 완화 정책을 꺼내며 과거 규제 위주의 정부·여당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났고, 윤 후보는 과거 ‘돈풀기 포퓰리즘’이라 비난했던 현금성 정책을 적극 내놓고 있다. ‘내로남불’이다.

현재까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면 이 후보는 ‘경제’에 방점을, 윤 후보는 ‘복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진보와 보수 두 정당이 추구해온 ‘이념지형’과는 다소 배치되는 공약 구도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은 ‘경제성장형’ 공약이 주를 이뤘고, 진보 정당은 ‘분배복지’에 방점을 찍은 공약들이 다수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과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는 부동산 현안과 관련해 감세 정책을 내세운다. 양도세를 낮추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고, 지난 18일엔 유승민 전 대선 후보의 ‘사회적 일자리 100만개’ 공약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노믹스’ 발표와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CEO들을 잇따라 만나는 작업 역시 경제를 표방, 중도 표심을 노린 행보다.

윤 후보의 복지 정책 공약은 병사 월급 200만원, 부모급여 100만원 지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임대료의 3분의1을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료 나눔제’ 등이다. 윤 후보는 노동계의 숙원사업이었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문제와 타임오프제에 대해서도 찬성했다. 기존 ‘여야’의 진영이 무너지고 공약은 얽히고 설켜 공약만 봐서는 여야 어느 후보의 공약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셋 공략, ‘편가르기’ 초래= 20대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평가되는 ‘20대 남성’을 잡기 위해 내놓은 ‘여성가족부 폐지’는 이번 대선 최대의 편가르기 공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젠더’ 문제와 관련해선 치열한 갈등을 조장할 뿐 철학도 세부적인 대안도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여야 양 후보들의 젠더 공약 대부분은 ‘젠더폭력’과 ‘임신·출산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 후보의 젠더 폭력 공약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감옥 신설과 ‘성폭력 무고죄 신설’이라는 억울한 가해자 구제를 내세웠다. 윤 후보는 또 임신·출산 전 여성 건강검진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확대, 난임 지원 강화, 출산 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등 임산부인 여성만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누가돼도 심각 ‘후유증’=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대선 이후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와 같은 진흙탕 대선전이 계속 이어질 경우 대선 이후에도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인정치 못하는 기류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차기정권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후유증이 심각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시대의 분열 상황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며 “후보 본인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배우자나 가족까지 신상털기식의 네거티브전은 전례가 없다. 유권자들의 이성적 판단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혼탁 대선 원인중 하나는 0선 대선이다. 여의도 경험이 없다보니 아무 공약이나 던지는 경향이 있다. 여당이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막장대선, 혐오대선으로 급속히 빨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이 끊임없는 편가르기를 하면서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상대 편이면 무조건 욕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며 “언론이 TV토론 등을 통해 각 분야별 구체적인 정책경쟁으로 끌고 가주는 게 차선책”이라 강조했다. 홍석희·배두헌 기자

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