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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물가 최대 고비…국제유가 급등에 물류비까지 설상가상 [설 물가 초비상]
뉴스종합| 2022-01-24 09:34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물가가 올 상반기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곡물가에 이어 해상·항공운임 등 물류비용까지 모두 치솟은 탓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이미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약 2개월 사이에 20%가까이 뛰었다. 작년 12월 1일 배럴당 71.13달러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21일 85.14달러까지 19.70% 올랐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의 상승폭은 더욱 크다. 같은 기간 WTI는 65.57달러에서 85.14달러로 29.85%, 브렌트유는 27.62% 급등했다. 주요 산유국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생산자물가지수도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생산자물가지수는 109.60(2015년 기준 100 기준)으로 전년 대비 6.4% 급등했다. 2011년(6.7%)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다. 통상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도 역대 최고가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지난 13일 t당 2만2130달러로 1년 전보다 25% 올랐다. 니켈은 최근 한 달간 12%가량 올랐다. 최근 10년 내 가장 비싼 수준이다. 세계 최대 공급국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니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이미 2배로 뛰었고, 리튬은 1년간 400% 넘게 급등했다. 구리 가격도 최근 3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먹거리 가격도 심상찮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 상승한 134.4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 밀·옥수수·대두 등 상당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39%포인트 오른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물류비용도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7일 기준 5109.6을 기록했다. 2009년 10월 관련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다. 항공화물 운임도 치솟았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kg당 12.72달러로 2015년 1월 이래 사상 최고치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해 1월(3.14달러)보다 4배 이상 올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과 실물 경기 회복을 모두 고려한 거시경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은 수출까지 덮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수출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폭은 56억달러를 넘어섰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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