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뉴욕증시, 긴축·우크라 사태에 ‘롤러코스터’…국제유가, 위험 회피 속 하락
뉴스종합| 2022-01-25 07:05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24일(현지시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예고한데다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장중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악의 하루를 예고했지만, 막판 급반등세로 하락분을 모두 지웠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 같은 지정학적 위기와 긴축 우려 속에 급락세를 보였고, 국제 유가도 위험 회피 심리가 발동해 하락했다.

▶다우 0.29%↑·S&P500 0.28%↑·나스닥 0.29%↑=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9.13포인트(0.29%) 오른 34,364.50에 거래를 마쳤다.

점심 무렵 1,115.04포인트(3.3%)까지 떨어졌던 다우 지수는 이후 1,200포인트 이상을 만회해 플러스로 마감하는 저력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변동폭은 더 아찔했다. 장중 최대 4.9%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매수세가 다시 유입된 데 힘입어 86.21포인트(0.63%) 상승한 13,855.13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가 장중 4% 이상 급락했다가 결국 상승 마감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한때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을 의미하는 조정장에 발을 담갔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이날 최대 4%의 급락세를 극복하고 12.19포인트(0.28%) 오른 4,410.13에 마감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걱정하던 뉴욕증시는 오랜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다우 지수의 경우 7거래일 만의 상승 마감이다.

새해 들어 금리 인상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움직임에 긴장하면서 장 초반 대량 투매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주말 사이 연준이 시장 전망치인 연 4회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고, 양적긴축도 7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시장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킨 가운데 미국과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를 명령하면서 우려를 키운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유럽에 미군 병력 증파를 고려한다는 전날 뉴욕타임스(NYT) 보도 역시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이날 오후 미군 8500명의 동유럽 배치를 위해 상향된 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이후 증시는 급반등세로 전환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JP모건의 최고 주식전략가인 마코 콜라노비치는 이날 투자자 노트를 통해 “최근 위험자산 회피 현상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과매도 구간에 가까워졌다는 기술적 지표와 약세로 전환한 시장 심리를 고려할 때 우리는 이번 조정장의 막바지 단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와 넷플릭스 등 몇몇 주요 기업이 예상을 하회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은 것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74%는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고 CNBC는 지적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오는 25∼26일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금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행 경과를 주시하면서 향후 움직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獨·佛·英·범유럽 증시 3~4% 일제히 하락=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80% 하락한 15,011.13으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3.97% 내린 6,787.79로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은 4.14% 빠져 4,054.36을, 영국 런던의 FTSE 100은 2.63% 하락한 7,297.15를 각각 기록했다.

투자업체 ‘싱크마켓’의 한 애널리스트는 AFP 통신에 “현재까지의 동향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투자자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탓에 ‘제로금리’ 정책의 종식이 더 빨라졌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와 미국 거대 기술기업 실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맞물려 향후 시장의 흐름을 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수 있다면서 “매우 나쁜 방향으로 갈수도,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WTI 2.15%↓…한 달 만에 가장 큰 폭 하락=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대비 1.83달러(2.15%) 하락한 배럴당 83.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 가격이 오르고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는 전반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예멘 반군 후티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격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갈등은 원유 공급 차질로 연결돼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날은 시장 전반에 퍼져 있는 위험 회피 심리를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콜린 시진스키 SIA 자산관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오늘은 위험 회피라는 시장의 전반적 심리에 유가의 펀더멘털과 정치적인 요인 등이 압도당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가 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데 대한 되돌림 현상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스키 수석 시장전략가는 “지난 주 원유는 기술적 과매수권에 진입했고 유가 역시 조정 국면에 임박했었던 상태였다”며 “증시와 원자재에 투자하는 자금이 채권,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재배치되면서 유가 하락의 촉매제가 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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