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초 4%대→5%대로
추경, 금리인상 부담 선반영
[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시중은행의 고정(혼합)형 대출금리 상단이 나란히 5%를 돌파했다. 14조원 규모의 추경에 대한 부담에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금리인상 우려감까지 겹친데 따른 결과다. 이에 금리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고정형 상품을 선택한 차주들도 이자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상단은 5.07~5.66% 수준이다. 우대금리를 뺀 금리 수준이기는 하지만 모두 5%를 넘긴 상황이다. 이달 초만 해도 이들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상품 금리는 우리은행 한 곳을 제외하고 상단 기준 4%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했었다. 불과 보름여 사이에 금리 상단이 0.3%포인트~0.4%포인트 올랐다. 자고 나면 이자가 뛰어 올랐다는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고정형 상품의 금리가 이처럼 뛰고 있는 이유는 고정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채 5년물은 11월 1일(2.614%) 이후 이달 21일 두 달 반 만에 최고치(2.598%)를 기록했다.
14조 규모의 추경, 추가 금리인상 부담 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번 추경은 11조3000억원 상당의 적자국채 발행을 재원으로 할 예정이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적자국채 발행량이 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해 국채 수익률(금리)는 상승한다. 여야는 추경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27일 열기로 합의했다.
기준금리 인상 역시 채권 금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은은 이달 14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언급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이후 “현 기준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상황에 견줘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이 올해 금리 인상을 여러차례 단행하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으며, 5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정형 뿐만 아니라 변동형 주담대 상품도 상단 기준 6%를 목전에 두고 있다. 4대 시중은행 변동형 금리 상단은 이달 코픽스(COFIX)가 0.14%포인트 오르면서 4.92~5.21% 수준을 형성 중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차례로 수신상품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수신 상품 금리를 따르는 코픽스도 내달 상당 폭 오를 확률이 높다.
대출 금리가 하루하루 상승하면서 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변화 분포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전체 대출자 중 연 소득의 5배가 넘는 돈을 빌린 대출자 9.8%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DSR은 5%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DSR이 1%포인트 높아지면 소득의 1%를 이자 부담에 추가로 써야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차주는 소득의 5%를 이자비용으로 더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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