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北, ‘모라토리엄 파기’까지 이제 한 발짝…4년 만에 IRBM 발사
뉴스종합| 2022-01-30 14:21
북한은 30일 오전 7시 52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가 아닌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은 지난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이후 4년 2개월여 만이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때 공개한 IRBM 화성-12형.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새해 들어 연이어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해온 북한이 급기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카드까지 빼들었다.

북한이 이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시사한 상황에서 한반도정세를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레드라인’에 한발 더 다가간 셈이다.

▶北, 올해 들어 벌써 7번째 미사일 무력시위=합동참모본부는 30일 “오늘 오전 7시 52분께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 비행거리는 약 800㎞ , 고도는 약 2000㎞로 탐지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이 한미 정보당국의 구체적인 분석이 마무리되기 전 북한 발사체에 대해 IRBM이라고 못 박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공조통화를 갖고 상황을 공유한 뒤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군은 북한의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중이다.

일본 정부도 북한이 내륙에서 동쪽으로 중거리 이상의 가능성이 있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고도 2000㎞로 30분 정도 약 800㎞를 비행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는 벌써 7번째다.

특히 단거리가 아닌 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4년 2개월여 만이다.

북한의 이번 IRBM은 이미 지난 2017년 5월과 8월, 9월 북태평양으로 쏘아 올렸던 화성-12형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일이 포착한 IRBM 비행 제원은 지난 2017년 5월 14일 고각으로 시험발사했던 화성-12형의 고도 2000㎞, 비행거리 787㎞와 유사하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는 약 5000㎞로 500~650㎏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이 이후 꾸준히 미사일 기술을 진전시켜온 만큼 신형 IRBM이나 전혀 다른 종류의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고도 2000㎞라면 중장거리급으로 불러도 충분하고 극초음속미사일을 중장거리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거리 증가 시험 가능성도 높다”며 “탄도미사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과도하게 고도를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30일 오전 7시 52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가 아닌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은 지난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이후 4년 2개월여 만이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때 공개한 IRBM 화성-12형. [헤럴드DB]

▶文대통령, 1년여 만에 NSC 전체회의 직접 주재=문제는 북한의 이번 IRBM 발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전까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과 달리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9월까지 화성-12형을 잇달아 쏘아올린 데 이어 같은 해 7월 사거리 8000㎞의 ICBM 화성-14형, 그리고 11월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미 서부를 넘어 미 본토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린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발사는 모라토리엄 파기 최종결정 전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한미와 국제사회의 대응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예비동작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식적 파기 선언은 충격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어 “연초부터 7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는 전략대상에 대한 타격능력을 사정거리별로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라며 “사거리별 다종화, 다층화된 무기 발사를 통해 불가역적 핵고도화, 비핵화의 현실적 불가능성 인식, 그리고 향후 대미 제한적 핵군축 협상 유도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1시간 30여분 만인 오전 9시 25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번 사안을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 자체가 작년 1월 21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맞춰 회의를 연 이후 1년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2017년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전례 없이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했다.

한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이런 행위들을 규탄하며 북한에 안정을 해치는 추가적 행위를 삼가라고 촉구한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한국·일본 및 다른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hind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