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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이준석-안철수 ‘감정싸움’…멀고 먼 野단일화 [정치쫌!]
뉴스종합| 2022-01-31 10:3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자타공인 ‘악연’내지 ‘앙숙’으로 불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이 연일 날선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야권 단일화를 두고 감정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양측의 기싸움이 향후 야권 단일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에선 단일화 없는 ‘자강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박빙승부로 이어질 경우를 고려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안 후보 측은 서로를 향한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대체적으로 이 대표가 수위높은 발언을 던지면 안 후보 측이 맞대응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와 안 후보 측은 단일화를 놓고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최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 “(안 후보) 본인이 (단일화를) 안 한다는 데 제가 손을 내밀겠나”며 “거간꾼들이, 시민사회 원로나 그런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 단일화 촉구 선언, 결의 대회를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텐데 그런 방식은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각 당이 온라인 광고 계약을 한다. 계약 규모는 당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가 60억원”이라며 “국민의당이 지금 상황에서 지난 선거처럼 400억원대 지출을 하는 건 상당한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경희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온라인 광고 계약했다”며 “단일화 없다. 안 후보는 대선 완주한다”고 밝혔다. 신나리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본인 호주머니 쌈짓돈이라도 국민의당 선거비용에 보태줄 것이 아니면 타당 광고 집행을 완주 가능성에 연결하는 궤변은 그만두기 바란다”며 “안 후보의 대선 완주가 얼마나 초조하고 무섭길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입에 담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런가 하면 지난 26일 이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하는 안철수가 싫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싫은 건가, 그냥 안 후보가 싫은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안 후보가) 보수 쪽에 항상 합당이나 경선 참여를 하기 싫은데 선거는 이쪽에서 자꾸 끼어보고 싶고 그러면 계속 단일화하자고 뒤늦게 나타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저는 그 양태가 너무 싫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공세에 안 후보 측도 즉각 맞불을 놨다. 신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 피로감만 더하는 자질부족 지도자 이 대표”라며 “안 후보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 대표의 혐오정치가 대한민국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맹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 후보 간 양자 TV토론을 놓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다자토론을 주장하는 안 후보를 겨냥해 “TV토론으로 정치적 이득을 본 적이 없는데 왜 자꾸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상황 선후를 왜곡한 발언이다. 거의 1~2등으로 치고 나갈 때 드루킹이 시작돼 우리 국민이 보는 인터넷에 모든 뉴스에 모든 댓글을 다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이밖에도 이 대표는 ‘막말로 관심 끌려는 3등 후보’, ‘간일화(간 보는 단일화)’, ‘옹졸함 못 버렸다’는 등 거친 표현으로 안 후보를 향한 반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안 후보 측 역시 ‘패륜적 망언’, ‘단일화 히스테리’ 등으로 맞섰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야권 단일화에 있어서 이 대표와 안 후보 간의 정치적 갈등이 상당히 큰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서로 양보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태도가 옳다고 생각할 것이고 안 후보 입장에선 정치적 자존심도 있기 때문에 서로 물러설 명분과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또, “감정싸움을 넘어 정치적 계산 측면에서 보면 양측의 화법의 강도는 더 세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이 대표의 강도 높은 ‘안철수 때리기’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단일화 주체는 후보인 만큼, 이와 별개로 이 대표는 안 후보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 단일화 주도권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양측의 감정싸움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윤 후보의 의중에 달려있다”며 “윤 후보 입장에선 2강1중 구도가 아닌 양자 구도로 흘러가 박빙 승부가 펼쳐지면 ‘5% 내 싸움’이 될 수 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와 함께 가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이 대표도 마냥 지금처럼 안 후보를 비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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