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배터리·완성차 국경 초월한 ‘동맹’…美 집중 공략, 왜? [비즈360]
뉴스종합| 2022-02-04 10:00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움셀즈’의 미국 테네시주 공장 렌더링 이미지. [얼티움셀즈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 간 국경을 초월한 합종연횡이 거세지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원가의 30~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K배터리 3사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잇달아 합작법인과 공장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LG엔솔·GM, 美에 4개 공장 건설=4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 ‘얼티움셀즈’의 4공장 건설을 공식화했다.

메리 바라 회장은 컨콜에서 “올해 상반기 중에 4번째 공장 위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투자발표 행사를 열고, 3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및 GM 전기차에 대한 높은 시장 수요로 4공장을 포함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2019년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얼티움셀즈를 설립했다. 얼티움셀즈는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1공장(35GWh 이상), 테네시주에 2공장(35GWh 이상)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올해, 2공장은 내년 양산을 시작한다.

3공장은 2025년 초 1단계 양산을 시작해 향후 연 50GWh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4공장까지 더해질 경우 얼티움셀즈의 미국 내 생산 규모는 200GWh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3대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와도 북미에 연간 4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후보지를 검토 중이다. 올해 2분기 착공해 2024년 1분기 생산에 돌입한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과는 인도네시아에 10GWh 규모로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완공해 2024년 생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과 함께 아태 권역 시장 공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포드-삼성SDI·스텔란티스도 ‘동맹’=SK온과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는 지난해 9월 미국 테네시주(43GWh)와 켄터키주(43GWh 2기)에 총 129GWh 규모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가동이 목표다.

삼성SDI도 지난해 10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셀 모듈 합작법인을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합작법인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기로 했다. 향후 40GWh까지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배터리 기업들도 합작사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 1위 전기차 기업인 미국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미국 네바다에 합작공장은 운영 중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와 합작법인 ‘노스볼트 즈웨이’를 세우고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美 전기차 시장 연평균 58% 성장=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신규 투자지는 대부분 미국이다. K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성장성이 높아서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전기차 산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46GWh에서 내년 143GWh, 2025년 286GWh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58% 성장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44%, 유럽은 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은 자국산구매우선법(BAA·Buy American Act)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현지 생산이 세제 혜택 면에서 유리하다. 현재 자국 내 생산 인정기준은 55%다. 최종 물품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55% 이상, 철강은 95% 이상)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미국산으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는 2024년 상반기부터 이를 65%로, 2029년에는 75%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제조하지 않고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한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기업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신경 쓰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 내재화를 통해 배터리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향후 배터리 직접 생산에 나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법인의 경우 독자적인 기술력 유지가 가능한 수준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 있다”며 “또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절차들을 준수하고, 관련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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