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도둑질, 더이상 두고 못봐…한국, 18년 만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간다
엔터테인먼트| 2022-02-08 09:09
황대헌이 7일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서 3위로 달리다 환상적인 테크닉으로 인코스를 파고들며 중국 선수 두명을 제치고 단숨에 1위에 오르는 모습. 그러나 심판진은 이 상황을 반칙으로 판단해 실격처리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악몽의 밤이었다. 중국의 홈 텃세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계속되는 편파 판정은 갈수록 노골적이고 극단적이다. 중국 편파판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쇼트트랙 최강국 대한민국 선수단이 국제 스포츠중재 최고 판결기구를 찾아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한국 선수단은 8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전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판정에 대해 제소하기로 했다.

한국 선수단장이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인 윤홍근 단장은 이날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CAS에 관련 사항을 제소한다로 밝혔다.

윤 단장은 전날 쇼트트랙에서 나온 일련의 판정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히고, 해당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해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국 선수단이 올림픽 기간 CAS를 찾는 건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체조 양태영 사건 이후 18년 만이다.

다만 CAS는 규정 오적용 또는 심판 매수와 같은 비리가 아니면 아예 심리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 경우에도 심판 매수 등의 부정이나 규정 오적용 사례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테네 올림픽 때도 양태영이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심판이 가산점 0.2의 연기를 0.1로 판정하는 바람에 금메달을 도둑맞았지만, CAS는 승부 조작이나 심판 매수가 아닌 심판의 실수에 따른 오심의 결과는 번복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준서가 7일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헝가리의 류 샤오앙을 제치고 역주하는 모습. 심판은 비디오판독 후 이준서가 레인변경 반칙을 했다며 실격처리했다. [연합]

한국은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다잡은 결승행 티켓을 어이없는 판정에 강탈당했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조 1위와 2위를 기록하며 결승에 오르는 듯했지만 모두 레인 변경 반칙을 지적받아 실격당했다. 황대헌과 이준서가 실격되면서 조 3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어부지리로 결승에 오르는 행운을 누렸다.

또 이 종목 결승에서도 류 샤오린(헝가리)이 1위로 들어왔지만 비디오판독 후 옐로카드가 주어지며 중국의 런쯔웨이와 리원룽이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한국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쇼트트랙 심판 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다.

중국의 편파판정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쇼트트랙 첫 경기인 혼성계주에서도 중국은 준결승에서 선수 간 터치를 하지 않는 실격 사유의 플레이를 하고도 비디오 판독 끝에 결승에 올라 결국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블루투스 터치’ ‘노터치 금메달’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이래놓고 금메달?' 중국의 런쯔웨이(오른쪽)가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류 샤오린을 팔로 밀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심판은 1위로 통과한 류 샤오린에게 옐로카드를, 런쯔웨이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연합]

개최국에 유리한 판정 논란이 잇따르자 이를 미심쩍게 받아들이는 외국 언론도 늘고 있다. 캐나다 야후 스포츠는 “쇼트트랙이 대회 이틀째까지 논란의 온상이 됐다”며 “페널티 도움을 받은 중국의 두번째 쇼트트랙 금메달이 혼돈과 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결승전을 조명하며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혼돈의 1000m 결승에서 런쯔웨이가 류 샤오린을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심판은 류를 실격 처리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 있고 중국의 홈텃세는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남은 6개 메달 레이스에서도 황당한 판정이 반복될 수 있다. 한국 선수단의 사기저하와 플레이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선수들은 강한 의지로 남은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 황대헌은 전날 실격 뒤 자신의 SNS에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어록을 게시했다.

황대헌이 올린 글은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아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아보고, 그 벽을 이겨내라’는 내용이다. 지금 맞닥뜨린 위기를 뛰어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황대헌은 9일 자신의 주종목인 1500m에 출격해 설욕전을 펼칠 예정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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