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숫자가 뭐가 중요해, 내가 너무 자랑스러운걸!” 나이 잊은 뜨거운 레이스
엔터테인먼트| 2022-02-11 09:25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이 베이징 올림픽 3000m 레이스를 마친 뒤 관중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마치 승리한 것같은 기분이 든다.”

지천명의 스케이터는 꼴찌로 레이스를 마치고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와 기록, 순위 등 숫자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환호를 보내는 관중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며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각국의 노장 선수들이 나이를 잊은 도전으로 매 경기 뜨거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50세의 ‘철녀’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이다. 8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페히슈타인은 지난 5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 출전하면서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령 여자 선수 기록을 세웠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올림픽에 나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베이징 대회 3000m에선 20명의 출전선수 중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는 환희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마치 승리한 것 같은 기분이다. 비록 기록은 좋지 않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너무나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그는 50번째 생일을 사흘 앞둔 오는 19일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최고령 기록을 다시 세운다.

프랑스의 요안 클라레 [EPA}

프랑스의 요안 클라레(41)는 7일 스키 알파인 남자 활강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다. 네번째 올림픽 출전 만에 처음 메달을 따낸 클라레는 “스무살이든 마흔살이든, 올림픽 메달은 그 자체로 좋다”며 활짝 웃었다.

네덜란드의 ‘빙속 레전드’ 이레인 뷔스트(36·네덜란드)는 눈부신 역사를 썼다. 여자 1500m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사상 최초로 5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뷔스트는 17일 여자 1000m에 출전해 또하나의 전설을 추가한다.

숀 화이트 [신화통신]

‘플라잉 토마토’라는 애칭으로 불린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6·미국)는 베이징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세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내가 이 나이에 여기에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며 스스로에게 ‘해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채원 [연합]

한국 선수단 최고령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이채원(41)도 여섯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며 빛나는 역사를 만들었다. 이채원은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 61위, 10㎞ 클래식 75위에 오르며 마지막 올림픽을 모두 완주했다.

이밖에 미국 스노보드의 닉 바움가트너(40), 캐나다 쇼트트랙 샤를 아믈랭(38), 네덜란드 빙속간판 스벤 크라머(36), 루지 남자싱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요하네스 루트비히(36·독일) 등 노장 선수들이 불꽃같은 도전정신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레인 뷔스트 [AP]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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