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외국인도 한국인도… ‘엄지척’ 한식은 이것[식탐]
라이프| 2022-02-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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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한류를 통해 더욱 주목을 받게 된 분야로는 ‘K-푸드’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치킨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외국인들이 자주 접하게 된 음식 중 하나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과 ‘가장 자주 먹는 한식’ 1위 모두를 차지한, 그야말로 글로벌 ‘인기 음식’으로 부상 중이다.

치킨,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과 ‘가장 자주 먹는 한식’
인도네시아 매체가 소개한 한국식 치킨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뉴욕과 파리, 베이징 등 주요 도시 주민 8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이 1위(16.1%)를 차지했다. 또한 한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자주 먹는 메뉴’를 물어보자, 이 또한 한국식 치킨(30%)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김치(27.7%), 비빔밥(27.2%), 떡볶이(18.0%) 등의 순이었다.

치킨은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사랑하는 음식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킨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가장 선호하는 배달 음식’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서도 치킨은 가장 사랑하는 배달앱 메뉴 1위(47.2%)를 기록했다.

‘한국식 치킨’의 인기 비결…양념 소스·배달 음식
호주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식 치킨 [현지 매체, 방송 캡처]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사로잡은 한국식 치킨의 인기 요소는 핫한 양념이 절대적이다. 세계 최초의 고추장 양념치킨으로, 우리나라 전통 장인 고추장과 함께 물엿과 마늘, 간장 등이 들어간다. 프라이드 치킨만 먹어봤던 외국인들은 양념 치킨의 색다른 맛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중간중간 먹어주는 치킨 무는 자칫 기름질 수 있는 치킨 맛을 상큼하게 바꿔주며 다시 식욕을 자극한다.

한국식 양념 맛은 치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통했다. 호주 또한 현지 미디어에서 KFC를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으로 바꿔 언급할 정도로 한국식 치킨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최대 일간지(Kompas)가 ‘한국식 치킨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현지 한류 팬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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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주로 배달 음식으로 애용된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와 달리, 배달 문화가 발달되지 않았던 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후에는 온라인을 통한 음식 주문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치킨 또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식 치킨은 소위 ‘짝퉁(가짜) 치킨’의 등장으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계 치킨집의 간판에 한글이 적혀 있거나 K-등의 상호가 붙여진 경우가 늘고 있다.

치킨, 한식으로 볼 수 있을까

한국식 치킨은 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식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한국인의 절반 가량은 한식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5.1%는 “양념 치킨은 한식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치킨처럼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낮은’ 메뉴로는 짜장면(35.0%), 마늘 바게트 샌드위치(22.1%), 불고기 피자·불고기 버거(21.9%) 등이 있다. 반면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메뉴는 김치(99.7%)였다.

이번 조사에서 많은 한국인은 김치나 비빔밥처럼 조상들이 먹어오던 ‘전통 한식’ 만을 한식으로 인정하는 성향이 강했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인이 즐겨먹는 ‘K-푸드’를 한식으로 보고 있다면, 한국인은 이보다 엄격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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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한국식 믹스커피나 한국식 핫도그, 한국식 만두 등이다. 무엇이든 한국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손기술이 발달한 덕분이기도 하다.

코트라(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관계자는 “K-푸드로 불리는 음식들 또한 한식으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식을 발굴하는 일은 전통 한식을 포함한 ‘K-푸드 알리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규민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한식진흥법상 한식을 정의할 때는 ‘지역성, 정체성, 전통성’을 중요시하는데, 이제는 우리가 공유하는 ‘동시대성’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어 ‘치맥(치킨과 맥주의 조합)’이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즉 양념 치킨처럼 한국인이 현재 즐겨먹는 우리만의 음식도 넓은 의미의 한식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식진흥법에서 한식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어 온 식재료 또는 그와 유사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조리방법 또는 그와 유사한 조리방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음식과 그 음식과 관련된 유형·무형의 자원·활동 및 음식문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규민 교수는 “다만 다양한 한식 중에서도 한국식 치킨이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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