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얼음공주’ 최민정의 폭풍 오열…박수받아 마땅한 눈물이었다
엔터테인먼트| 2022-02-12 08:12
최민정이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결승선을 2위로 통과한 직후 최민정의 표정은 담담했다. 표정변화가 없어 '얼음공주'로 불리는 그다웠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못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소리를 내며 서럽게 울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고 할만큼 갑작스럽고도 오래 지속된 오열은, 그가 홀로 짊어져야 했던 짐의 무게였다.

최민정은 11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오열한 것에 대해 "저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며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북받친 것 같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최민정은 이날 1000m 결승에서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1분28초391)에 0.052차로 간발의 차로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다. 1000m는 4년 전 평창 결승에서 심석희와 충돌해 넘어진 데다 지난해 말 고의충돌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됐던 종목이다.

그는 기쁨의 눈물인지, 아쉬움의 눈물인지 묻는 질문에 "지금은 기뻐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4년 전 충돌 사건에 대해 "그때 힘들었지만, 저를 더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라며 "그런 힘든 과정이 오늘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2관왕 최민정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다'는 말에 "평창 때는 마냥 기뻤는데, 이번엔 좀 많은 감정이 들었다"며 "금이든, 은이든 또 500m에서는 넘어진 것도 제게는 다 의미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최민정이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쉬자너 스휠팅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

최민정의 눈물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하기 충분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의 짐들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는 안도와 기쁨, 아쉬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모든 이들에게 박수받아 마땅한 눈물이었다.

최민정은 올시즌 몸과 마음 모두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시즌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가을 심석희가 평창 올림픽 당시 코치와 나눈 문자가 공개돼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동료를 험담하고 1000m 결승서 고의로 충돌했다는 듯한 내용이었다. 파장이 커진 후 심석희가 최민정에게 사과 문자와 전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부상까지 겹쳤다.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1차 월드컵에 두 차례 충돌로 무릎과 발목을 다쳐 중도 귀국했고 2차 대회도 치르지 못했다. 에이스의 무게감을 갖고 출전한 베이징 올림픽서도 안타까운 불운은 이어졌다. 500m 예선에서 레이스 도중 미끄러져 넘어지며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최민정은 그러나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말에 "선수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베테랑 다운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13일 3000m 계주와 16일 주종목 1500m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최민정은 "오늘 결과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시 남은 경기를 대비해 노력하겠다. 남은 경기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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