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팀장시각] 미·중·러의 우크라이나 랩소디
뉴스종합| 2022-02-16 11:11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잔혹 드라마’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규모를 크게 늘린다는 첩보를 공개하면서다. 러시아 병력이 일부 철수했다곤 하지만 전쟁의 조짐이 싹 가시진 않았다. 세계는 단 한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부산하다. ‘현대판 차르(황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믿을 만한 관측을 내놓는 이가 적었다. ‘러시아통’이라고 자부하던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도 푸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진영 간 세 규합의 흐름을 보면 세계대전으로 번질 사안인데 예측 가능한 경로가 부재해 ‘엿장수 마음대로’가 된 셈이다. 견제세력이 없는 푸틴 정권의 특성이 세계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는 옛 소련의 몰락을 ‘지정학적 재앙’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가 타깃으로 삼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편입하려는 걸 좌시하지 않는 이유다.

서방은 가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푸틴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인의 장막’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소련 시절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군·정보기관 출신 인사를 일컫는 ‘실로비키(siloviki)’가 매파적인 외교를 위해 푸틴의 눈·귀를 가린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이 고안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측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감당해야 할 비용을 푸틴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숨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어처구니없지만 개인주의 정권의 특징이고 푸틴이 오판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대로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완전히 빼고, 안면몰수하면 푸틴으로선 충돌 없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한 게 된다. 하루가 멀다고 전쟁 임박을 외치던 미국은 머쓱해질 지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건 중국의 수싸움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과 역사적인 만남을 했다. 미국으로선 소련을 고립시키려고 중국과 화해를 택한 것이었다. 정확히 50년이 흐른 지금, 미국이 했던 이런 전략적 판단을 중국이 하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푸틴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4일 정상회담을 하고 발표한 ‘신시대 국제관계와 지속가능한 글로벌 발전에 관한 중국과 러시아 공동성명’은 ‘2차 냉전’으로 가는 명확한 신호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선 각자의 야망에 걸림돌이 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합심한 형국이다. 유럽은 각자의 살림살이 챙기기에 바빠 단결이 어렵고, 미국도 집안 단속이 여의치 않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1차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건 경제가 튼튼했기 때문인데, 현재는 고(高)인플레이션, 사상 최대 무역적자 등으로 취약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스트롱맨’이 버티고 있는 중국·러시아 대 미국 등 서방이 벌일 2차 냉전은 이전과 전혀 딴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뒤엉킨 국제무대의 랩소디가 새삼 섬뜩하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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