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삼성에 1등 뺏겨 칼 갈았나” 인텔 ‘이것’으로 자존심 회복 가능할까 [비즈360]
뉴스종합| 2022-02-18 10:52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온라인 영상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도체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겠다.”(인텔 CEO)

한때 탄탄한 반도체 왕국으로 세계를 제패하던 인텔이 계속된 위기로 성장 한계에 봉착하자 잇따라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수장을 교체하고,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더니 이제는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담 그룹까지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1위 자리까지 내줘 묘수가 필요한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로 반전에 나선 것이다.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전담할 사내 조직를 구성하고 관련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갈수록 확대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아시아 기업들에 빼앗긴 반도체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인텔이 전방위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17일(현지시간)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자사의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와 관련해 ▷개방형 중앙 컴퓨팅 아키텍처 ▷자동차 산업 수준의 파운드리 플랫폼 ▷첨단 기술로의 전환 등 세가지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 전문 칩인 인텔16을 연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온라인 영상 캡처]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온라인 영상 캡처]

인텔은 고성능 개방형 자동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고객사가 여러 유형의 자동차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이크로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첨단 노드와 기술, 고급 패키징을 제공하겠단 입장이다.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디자인 서비스와 지적재산권(IP) 역시 지원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는 자회사 모빌아이와 협력을 통해 최첨단 공정을 제공할 것이란 점도 이번 행사에서 강조됐다.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에 본격 힘을 주는 배경에는 삼성전자, TSMC 등 첨단 파운드리 시장의 80%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돼 사업 성과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회에 나와 “파운드리에 좋은 것은 인텔에 좋은 것이고 인텔에 좋은 것은 파운드리에 좋은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투자를 통해 향후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0~12%를 달성하고, (잃어버린) 반도체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 본토 내 반도체 공급망 위기 사태에 따른 대응 역량 역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인텔은 별도 파운드리 사업부를 꾸려 관련 사업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미국 정부가 야심에 차게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선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행정 명령을 승인하면서 반도체 칩을 직접 들어 보이며 반도체 자립화를 역설했고, 최근까지도 미국 제조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물량 부족 사태는 미국 사회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해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한 바 있다.

2021년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현황

인텔의 차량용 파운드리 진입으로 업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돼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게 될 자율주행칩에 대한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손잡고 차량용 핵심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동차 기업 아우디에 자사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를 공급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53.1%) 1위인 TSMC 역시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120억달러(약 14조40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 공장이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시장을 겨냥한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 온라인 영상 캡처]

반도체 산업의 인수합병(M&A)이 거세지는 것도 치열한 반도체 패권전쟁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 인텔은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타워 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약 6조47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날 영국 반도체 기업 암(ARM)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역시 지난 1월 대규모 M&A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간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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