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우크라 승자는 푸틴?…“장기전략서 입지 잃어 러에 害끼쳐”
뉴스종합| 2022-02-18 11:19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표지 .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일어나든 그렇지 않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분석을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과 대치하면서 존재감을 과시, 승자가 됐다는 취지의 평가가 우세한 국면에서 나온 시각이다.

1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푸틴의 망가진 일(putin’s botched job)’이라는 제목의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푸틴이 총을 쏘지 않고 우크라이나 문제로 세계의 중심에 선 건 ‘전술적’ 이득으로, 장기적이고 ‘전략적’ 의미에선 입지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모든 시선이 푸틴 대통령에 쏠려 있지만, 그가 미국 등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주도로 서방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2014년보다 더 강력한 제재에 동의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 인접국을 보호하는 새로운 목적을 찾은 데다 나토와 거리를 두려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동맹에 합류할 수도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서방을 위협하면 먹힐 거라는 푸틴의 잘못된 상상이 바로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수년간 방치됐던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전례없는 외교·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위기에서 형성된 유대는 러시아군이 철수한다고 해도 갑자기 풀리진 않을 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 우크라이나의 서진(西進)을 막으려 했던 푸틴 대통령의 바람과 정반대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관철하려고 하는 안보 보장 요구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미사일과 군사훈련에 대한 논의 등 안보를 의제로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대화는 갈등의 위험을 줄이기에 모든 이들에게 이익이다. 윈윈 협상이 푸틴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된다면 더 많이 하도록 놔두라”고 했다.

이 잡지는 푸틴 대통령의 가장 흥미로운 손실은 자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요새 경제(fortress economy)’를 구축하려 했다. 외환 보유고를 늘리면서 달러화 비중은 줄이고, 기업의 외국 자본 의존도도 낮추는 식이었다. 외화 획득의 원천이자 석유·가스의 원료인 탄화수소의 대체 구매자를 확보하려고 중국과 밀착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로 인한 잠재적 피해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수출의 27%를 차지하고, 중국은 그것의 절반쯤이라면서다.

중국으로 향하는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이 2025년 완공되더라도 현재 유럽행 가스 수송량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에 의존하는 건 푸틴 대통령에게 짜증나는 멍에일 수 있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정보기관 출신을 일컫는 측근 그룹 ‘실로비키(Siloviki)’를 통해 호전적 외교를 하면, 자본가와 기술관료가 러시아를 떠나는 등 내부적으로 대가를 치를 거라는 관측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며 “러시아는 단기적으론 제재로, 나중엔 더욱 심화한 독재와 억압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