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첩보 적중했으나 전쟁 못 막았다…리더십 시험대 오른 바이든
뉴스종합| 2022-02-25 12:5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자회견 도중 기자의 질문을 듣고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초강대국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산산조각 났다.

“세계의 지도자는 어디로 갔는가” “바이든 대통령은 금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다”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항해서도 사태 책임을 묻는 비판이 미국 정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기만술을 폭로하고, 제재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경제·외교 수단만 강조한 어정쩡한 개입이 1945년 이래 유럽 최악의 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군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미 정보 당국 첩보 사실을 거의 생중계하듯 전 세계에 전파해왔다. 유럽연합(EU)과 서방 동맹국들과 결속을 다지는 한편 러시아에 대해 수차례 침공 시 강력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말뿐, 이렇다 할 실행은 없었다.

‘외교 달인’으로 불리던 노장의 대통령은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기회는 ‘러가 침공하지 않는’ 조건을 걸어 날려버렸다.

급진좌파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미국인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해야 한다”고 하거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바이든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민첩한 협상력을 발휘해 3차 세계대전 위기를 막은 역사에서 배우라”(파이낸셜타임스 기고)고 하는 등 보다 전향적인 외교력을 주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측은 미국이 보다 강력한 입장을 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인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이 “대통령은 경로를 바꿔라. (군 개입을) 자제하는 자세는 계속 붕괴만 일으키고 혼란은 계속 커져 누구도 미국의 약속을 믿지 않고 미국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문한 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부에 전투병력을 파병하지 않기로 한 선을 지키고 있다. 미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는 이상, 군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 독트린이었다.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도 많은 비판을 샀지만 지켜졌다. 바이든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정서도 파병에 반대다. 22~23일 로이터통신·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62%가 ‘러시아 침공에 대응한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했다. 절반 이상이 ‘공습에 반대’했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미국과 무관하다’는 응답이 48%로 높았다.

퀴니피악 최근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미군 파병 반대는 57%, 찬성은 32%였다. CBS 조사에서 53%가 미국이 이번 분쟁 협상에서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국제질서는 나토의 결속 강화, 유럽의 재무장화, 핵무기 감축 역행 등의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위기를 계기로 밀착하는 중·러에 맞서야 하고,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중남미 좌파국가들까지 신경 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오싹한 유럽의 재무장화를 헤치고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심판받는, 위태로운 순간을 맞고 있다”면서 “미국 내에서 그의 정치적 입장이 뒤집히거나 안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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