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루블화 아웃” 망설이는 美·獨
뉴스종합| 2022-02-26 08:13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것과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러시아를 향한 가장 강한 경제 제재 카드로 꼽히지만, 서방 기업들과 경제에 미칠 영향 또한 적지 않기에 신중론이 우세한 모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시위에서 한 남성이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다. [연합]

SWIFT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1만1000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전산망, 러시아의 퇴출이 가시화 될 경우 루블화 기반 러시아 은행들과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외국과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현지시간 25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SWIFT와 관한 질문에 “여전히 테이블에 있는 선택지”라면서도 “에너지 분야에 제재를 가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배를 불리는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균형잡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한층 불안해진 국제 에너지 가격과 이에 따른 미국 및 유럽, 서방의 경제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러시아 루블화의 국제 통화망 배척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 모인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의 반대 이유도 마찬가지다. 파리 재무장관 비공식 회의에서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부 장관은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하는 것의 결과를 따져보고 있다”며 “유럽 경제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러시아 경제를 힘들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린트너 독일 재무부 장관은 “이미 러시아 은행들을 완전히 막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거래는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추가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 상당수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의 입장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 앞에 강한 제재에 주저한 것이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은 즉각 퇴출을 주장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러시아의 SWIFT 퇴출을 “핵무기급 금융제재”로 표현하며 빠른 시간 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이 러시아의 SWIFT 퇴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인접해, 우크라이나처럼 언제든지 침공받을 수 있는 체코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등은 “즉각 퇴출” 목소리를 높혔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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