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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공동운명체’…최전선으로 간 송영길·이준석 ‘1인多역’[정치쫌!]
뉴스종합| 2022-03-01 08:0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8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서 참석해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각 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대선에서 이기면 ‘승리한 사령관’으로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차기 지도자 겸 잠재적 대선주자로 몸값이 껑충 뛸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지는 순간 당 안팎의 유탄을 맞으며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해야 할 것이 유력하다. 1일 기준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양강’ 구도로 놓인 대선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송 대표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과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정치개혁안’ 당론 채택을 주도했다.

거대정당의 입장에선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 섞인 정치개혁안이 채택된 데는 송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 당 안팎에서 많다. 민주당의 이번 ‘정치개혁’ 결의는 이·윤 후보의 박빙 구도 속에 던진 승부수다. 군소정당 주자들인 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에게 '힘을 모으자'는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지난 24일 직접 총대를 메고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는 ‘다당제 보장’을 강조한 후 “안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 후보의 진보 정치, 김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서는 당의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하며 스스로 차기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송 대표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보수야권 단일화 정국을 흔드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야권 단일화 불발의 배경을 놓고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측에서 너무 안 후보를 모욕하고 모멸감을 준 결과가 아닌가 한다”며 국민의힘 탓을 하는가 하면, “우리는 안 후보가 제시한 과학기술 강국 어젠다를 소중히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며 안 후보를 여권 진영으로 빼오려는 시도도 했다.

송 대표는 당 내 윤 후보를 ‘마크’하는 최전방 공격수로도 뛰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충남 논산시 화지중앙시장 유세에서 윤 후보를 ‘이 양반’으로 칭한 후 “검사하면서 했던 것이 맨날 사람 잡아 수사하고 구속하고 업자들과 저녁에 룸살롱 가서 술 먹고 골프 치고, 이런 것 잘했지 않느냐”며 “윤 후보님도 제일 잘한 것이 무엇이냐. 술 마시고 수사하고 골프치고 업자들하고 룸살롱 가고, 이것을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런가 하면, 윤 후보에 대해 “이 양반은 술 마시는 것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하다. 앉아서 폭탄주를 마실 때 보면 신이 나서 활기가 넘치고, 누구를 구속시킬 때 활기가 넘친다”고 비난키도 했다.

송 대표는 그 전날에는 충남 아산시 온양전통시장 유세에서 “덩치는 저만하고 머리도 저만큼 커서 튼튼하게 생긴 양반이 군대는 왜 안 갔다 왔느냐”며 “부동시, 왼쪽 눈과 오른쪽 눈 시력 차이가 0.7이 넘었다고 군 면제를 받았다고 한다. 정말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도 했다.

28일 대구시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62주년 기념식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이 대표는 당의 ‘브레인’으로 선거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당 안팎에서 “참신하다”는 평을 받은 ‘AI(인공지능) 윤석열’, 무궁화호 열차 4량을 전세로 임대해 꾸민 ‘열정열차(윤석열차)’, 윤 후보의 생활 공약을 59초 안에 설명하는 ‘쇼츠 공약’, 시민들이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주변의 국민의힘 유세차를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유세의힘’, 호남 전 지역 230만 가구에 보낸 ‘윤석열체 손편지’ 등은 모두 이 대표의 머릿속에서 고안된 것이다. 특히 AI 윤석열은 당원 이름과 메시지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곧바로 윤 후보가 실제 말하는 모습을 구현할 정도로 고도화가 됐는데, 이 자체를 이 대표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 자동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정국에서 안 후보의 무게감을 깎는 압박 작전도 주도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무산 기류로 흘러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단일화를 했을 때 (이재명·윤석열)지지율 격차가 하지 않았을 때보다 외려 적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단일화를 해도 지지율 격차에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 결렬 배경으로 ‘신뢰’ 문제를 꼽은 데 대해선 “모든 전모를 보면 국민께서 누가 진정성 있고 누가 덜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대표는 대선 정국에서 줄곧 안 후보를 ‘3등 후보’, ‘간일화(간보는 단일화)’ 등으로 칭해왔다.

이 대표는 발 빠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등으로 이 후보를 저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발언을 놓고 “국제적으로 부끄럽다”며 “세상이 모두 러시아의 잘못을 가리키는데, 혼자 윤 후보 한 번 공격하겠다는 생각으로 우크라이나 탓을 하다가 국제 사회에서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해지게 생겼다. 안방장비(?)라는 신조어를 만들던데, (이 후보는)글로벌 조커가 되려나 보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정치적 안정이 중요한데, 세상 어떤 대선 후보가 정치보복을 공언하는가. (정치보복은)하고 싶어도 꼭 숨겨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한 말에 대해선 “숨겨뒀다가 어디에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받아쳤다.

양당 대표의 거취는 대선 결과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달 송 대표 부친 빈소에서 만나 서로의 거취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가 빈소를 찾은 이 대표에게 “임기가 언제까지인가”라고 묻자 이 대표가 “어차피 3월9일 대선에서 지는 사람은 임기가 끝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CBS 라디오에서 “(얼마 전 윤 후보와 독대를 할 때)'대선에서 지면 여기서 집 갈 사람은 후보님하고 저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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