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러 견제·압박’ IEA, 전략비축유 대거 푼다
뉴스종합| 2022-03-02 11:27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석유 소비국들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합의 직후 미국 에너지부는 방출량의 절반인 3000만 배럴을 긴급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發) 전세계 에너지 충격 우려를 잠재우고, 세계 3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이 에너지 수출 금지라는 초강수 제재를 추가할 가능성까지 염두한 조치다. ▶관련기사 3·4·15·16·21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밤(한국시간) 화상회의로 열린 IEA 장관급 이사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만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대러 제재 지지와 국제사회 동참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아침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서 (통화)하고 있다. 현재 실무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 (정상 간 통화가)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IEA의 31개 회원국이 비상 비축유를 방출키로 뜻을 모은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며, 1974년 아랍의 석유금수조치로 제도가 설정된 이후 1991년, 2005년, 2011년에 이은 네 번째다.

IEA의 비상 비축유는 총 15억 배럴로, 이번 방출량은 전체의 4% 정도다. 이는 30일간 하루 200만 배럴이 나올 수 있는 물량이다. 러시아는 하루 400만~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한다. 이번 방출량은 러시아 수출량의 12일치에 해당하는 셈이다.

IEA는 “이번 조치는 국제 원유시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통일되고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IEA 회원국은 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방출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붕괴를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에서 탈피해 에너지 공급의 다양화를 가속하고 러시아의 석유·가스 무기화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조치는 공급 부족 우려를 부각시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7.69달러(8%)가량 오른 배럴당 103.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14년 7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 당 107.52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즈호증권의 밥 요거 선물 사업부 디렉터는 미국 CNBC방송에 “6000만 배럴은 눈에 띌 정도로 시장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며 러시아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지숙·박병국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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