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러시아서 만드는 TV에 부품 공급 줄이겠다” 삼성·LG 직격탄 맞나 [비즈360]
뉴스종합| 2022-03-04 10:51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TV 공장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원호연 기자] TV 등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고, 수출을 위한 통로마저 닫힐 위기에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본격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LG, 러시아 TV 시장 부품사들 원자재 리스크 부각=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 법인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부품 관련 업체들은 공급망 리크스가 불거지며 향후 생산 차질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부품사 중 일부는 러시아의 공격이 본격화된 이후 국내 기업 TV에 공급하는 부품 물량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TV 등 전자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 수급과 관련된 리스크가 부각돼 러시아 제품에 투입되는 부품 제조 생산량을 낮추기로 한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공장에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TV 공급 전반을 책임진다.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나아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 초부터 우크라이나에 TV 완제품을 반입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우크라이나 지역 매출뿐 아니라 관련 TV와 관련된 부품사들의 해당 지역 매출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상승 등으로 인해 촉발된 물류난 심화는 기업들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의 바닷길 역시 막힌 상태로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독일 하파그로이드,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등이 러시아 노선 예약 중단을 발표했다. HMM까지 러시아 노선 운항을 멈출 경우 국내 기업의 러시아 물류 통로는 사실상 막히게 된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현대차 조업 중단…완성차에 필요한 부품 조달 난관=수출 부품의 환적 통로가 막히면서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에 공급해야 할 부품을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세종공업, NVH코리아 등 15곳 가량의 부품 협력사들이 진출해 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한국에서 들여온 부품을 현지 공장에서 조립해 현대차에 납품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러시아로 부품을 수출하려면 독일 함부르크항 등에서 환적을 해야 하지만 제재 여파로 환적이 중단된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은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에 본격적으로 차질이 발생하는 시점을 5월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품 수급이 부족해지자 지난 1일부터 러시아 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여성의날 연휴가 끝나는 9일부터 조업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부품업체들의 납품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추가 조업 중단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이달 생산 계획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업체들에는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도 문제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된데다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직원 급여와 부품 결제 대금 지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태 장기화에 따른 환차손과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경제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정부도 분주하게 대응해야겠지만 기업들의 수출·수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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