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업무방해죄 헌법소원’ 10년째 결론 못내렸다
뉴스종합| 2022-03-07 11:30

헌법재판소가 2012년 접수한 형법상 업무방해죄 헌법소원 심리가 10년을 넘겼다. 역대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지만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7일 기준 헌재는 A씨 등이 형법 314조 1항 업무방해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사건 접수일로부터 3772일째 심리 중이다. 2012년 2월 17일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접수하고 하고 같은 해 3월 13일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는데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 파업 관련 형사사건을 바탕에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였던 A씨 등은 2010년 3월 노동자 정리해고에 맞서 잔업과 휴일근로를 거부했다. 검찰은 그로 인해 회사에 3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A씨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A씨 등은 재판을 받던 중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과거 판결보다 전향적이었던 점을 고려해 법원에 형법 314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 조항은 허위사실 유포 또는 위계로 다른 사람의 신용을 훼손하는 방법이나 위력을 사용해 업무를 방해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기존 판례는 기본적으로 단순 파업이 위력을 사용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보다 범죄 성립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대의견은 더 나아가 ‘단순히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파업을 주도한 것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이 반대의견을 청구 취지로 삼았다. 하지만 헌재 결론이 나기 전인 2012년 7월 A씨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장기화되던 사건은 돌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헌재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을 의식해 견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한 결론 압박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파견 법관 등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 등을 보고하도록 했는데, 2015년 헌법재판관들의 논의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의견이 다수였다는 보고를 받고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했다.

만일 헌재가 이 사건을 한정위헌으로 결론낼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부정되고, 대법원의 위상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판단해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를 이용해 헌재를 견제·압박하기 위해 사법정책실 심의관으로 하여금 이 사건 관련 ‘한정위헌 판단의 위험성’문건을 작성하게 하고 청와대에 보낸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사건의 배경, 파장 등과 별개로 접수 10년이 넘어서도 결론나지 않을 정도로 심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지 않나”라며 “재판을 안하고 있으면 재판청구권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인데, 당사자의 재판 청구권 본질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법은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 기간을 넘겨 심리 중인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분류한다. 지난 1월말 기준 미제사건은 총 1494건이다. 헌재 통계에 따르면 지정재판부가 각하한 사건을 제외하고 전체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1년 2개월이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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