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결국 실직…“노동 착취는 오해”
라이프| 2022-03-08 10:07
[SBS ‘생활의 달인’ 방송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본의 아니게 노동 착취 논란으로 45년 동안 해왔던 일을 그만두게 된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 씨가 마지막으로 그간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밝혔다.

7일 방송된 SBS ‘생활의 달인’에는 설악산에 남은 유일한 지게꾼 임기종 씨가 출연했다.

앞서 임기종 씨는 지난 2011년 ‘생활의 달인’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됐고 지난 2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가 본의 아니게 노동 착취 논란에 휩싸였다.

무거운 짐을 들고 위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임기종 씨가 받는 임금이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던 것.

60대인 그는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아이스크림 냉장고 들었던 게 생각이 난다”며 “하던 일만 할 뿐인데 찾아와서 쑥스럽기도 하고 부담 가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SBS ‘생활의 달인’ 방송 화면 캡처]

생계를 위해 16세 때부터 설악산의 지게꾼이 됐다는 그는 이날 배달이 마지막이라며 짙은 아쉬움과 함께 고단했던 세월을 회상했다.

그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더라. 그게 아닌데. 그 오해를 풀어야 되는데 (일 주시는 분이) 그만두라고 하더라”며 오해와 논란으로 인해 실직했음을 털어놨다.

이어 “그 화살이 나한테 꽂히다시피 하더라. 나는 그런 쪽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노예 착취한다는 식으로 나온 거처럼 되니까 (일을) 다시 시키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노예로 부린다고 생각한다고 이제 나를 쓸 수가 없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서 움직여야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근 일감이 없던 그는 오랜만에 짐이 들어오자 “오랜만에 짐을 져서 기분이 좋은데 이게 마지막이다. 짐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SBS ‘생활의 달인’ 방송 화면 캡처]

그는 이날 대피소와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금강굴 암자에 마지막 짐을 배달했다. 마지막이라서 그동안 감사했던 마음에 보답하려 배달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그는 이제는 힘에 부치는지 가파른 산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품어줬던 산을 멀리 응시했다.

그는 어려운 사정에서도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1억 원이 넘어 더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설악산에서) 짐을 엄청 져날랐다. 벌어서 이제 보호시설도 갖다주고 어르신들 효도 여행도 시켜주고 독거노인 쌀도 넣어드리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넉넉하지는 않은데 자식 때문에 하게 된 거다. 아들을 장애인 보호시설에 맡겨 놨다”며 “나만 잘 산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죄인처럼, 죄지은 것처럼 생각이 들어서 기부하게 된 거다”며 그간의 사연을 털어놨다.

마지막 산행을 마친 그는 설악산에 대해 “내 부모같이 품어주고 안아주고 푸근하다. 내 부모처럼 느껴졌다. 산에 가면 편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꿈이 있다면 아들이 보호 시설에 가 있으니까 데리고 와서 같이 사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pow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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