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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소통’ 대신 용산 ‘보안’?…국민여론에 달렸다
뉴스종합| 2022-03-17 11:32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재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새로운 장소 물색에 나섰다. 인수위에 따르면 새로운 대통령집무실로는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가 유력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광화문 소재의 외교부 청사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국방부 청사(위쪽), 외교부 청사.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집무실로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용산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높이 평가하지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국방부 청사가 ‘국민 소통’에 적합한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

17일 복수의 군 관계자와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인수위에서는 대통령 새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수위는 이달 말까지 국방부 청사 1~5층을 비워 달라는 통보했다. 이후 4월 중 리모델링을 거쳐 오는 5월 10일 취임 첫날부터 윤 당선인이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수위가 애초 거론되던 광화문 소재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정부서울청사 별관)가 아닌 국방부 청사를 유력하게 보는 주된 이유는 경호·보안 문제 때문이다. 고층 빌딩이 많은 광화문에서는 현실적으로 경호·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국민 소통과 시민 불편이다.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군사시설에 들어간다는 것이 ‘소통’을 명분으로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이용할 경우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마련할 가능성이 큰데 해당 지역 일대는 출퇴근길 상습 정체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교통통제, 재밍(전파차단)에 따른 시민 불편이 커질 수도 있다. 여기에 광화문과 달리 주변에 아파트 밀집지역도 많은 터라 집회·시위가 옮겨오는 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나 경호, 보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의 안전과 편리함”이라며 “용산은 군사기지로, 청와대보다 더 국민으로부터 먼 느낌이어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통은 대통령의 의지 문제”라며 “청와대를 재활용하되, 국민에게 더 개방하고 광화문에 제2집무실을 두는 등 단점을 최대한 보완해 ‘사실상의 광화문 시대’를 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수위에서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집무실 일대와 연결해 미국 백악관처럼 집무실 바로 앞까지 일반 국민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용산공원의 완공 예정 시기는 오는 2027년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청와대 이전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고 국민이 그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의 용산은 군사시설이 밀집돼 있고 실질적으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어 주변 환경을 바꿀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군심(軍心) 동요도 넘어야 할 과제다. 대통령집무실이 국방부 청사에 들어오면 기존 국방부 직원들과 군 관계자들은 합동참모본부 건물, 옛 국방부 본관, 국방컨벤션, 정부과천청사 등으로 이전해야 한다. 일부 군 관계자 사이에서는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생겼다” “이게 바로 점령군 행태 아니냐”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에서 “집무실 (위치와) 관련해서는 당선인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집무실 이전은) 권위주의 잔재를 청산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 있고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신대원·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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