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영상의 현장에서] 땜질로 생색낸 보유세 동결
뉴스종합| 2022-03-24 11:38

“그간 꾸준히 이어오던 보유세 부담 강화에 대한 일관성을 갑자기 내치더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뜬금 없이 임시 땜질책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지난 23일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한 한 전문가의 냉정한 평가다. 올해도 공시가격은 어김없이 큰폭으로 올랐다. 전국적으로는 1년 만에 17.22%가 올랐고 인천, 경기에서는 각각 29.33%, 23.20%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니 세 부담도 늘어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나온 게 1가구 1주택자들에 대해 작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한 세금 부과라는 희대의 미봉책이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 탓에 패배한 정부와 여당으로선 또다시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게 두려웠던 것 같다.

집값 폭등은 결국 정부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스스로가 강조해온 기본 철학마저 일거에 되돌리는 무영혼의 정책임에 분명하다. 국민은 이미 이번 미봉책에 담긴 정부의 얕은 계산법을 안다. 또다시 폭등한 세금고지서가 날아들면 6월 지방선거마저 패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부과방법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갈라 다주택자를 또다시 죄인 취급하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국가가 과세를 할 때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가 있다. 세금을 내는 것 또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인 만큼 법을 통해 세금을 부과한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다주택자들을 죄악시하고 집을 가진 수로 국민을 나눠, 과세지표를 다르게 하는 것은 일관성 차원에서도, 형평성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반포 자이 전용 84㎡와 광장 현대 전용 84㎡ 2가구를 보유한 2주택자라면 올해 보유세는 1억1668만원으로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한 달에 1000만원씩 월세를 내는 꼴이다.

더 나아가 이번 보유세 완화방안이 결코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든 데에는 현 정부의 임기가 불과 두 달도 안 남았다는 데에 있다. 미봉책으로 세 부담을 줄여준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년 공시가격 적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내년 세금 부과는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정책 운용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정부는 공약으로 양도세 중과세 유예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보유세 부담 완화를 외치고 있다.

결국 불과 두 달도 유효하지 않을 정책을 가지고 정부 홀로 다주택자들을 압박한 모양새다. 실제 정부는 6월 이전까지 주택을 처분한다면 1주택자처럼 세 부담을 완화해준다고 했지만 다주택자들은 코웃음을 친다. 그들은 이번에도 버틸 게 분명하다.

5년 임기 내내 이어진 땜질 처방이 정권 말까지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래저래 현 정부의 정책을 믿고 버텨온 서민만 끝까지 피해자가 된 모습이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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