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광장] 사교육비 급증, 교육혁신의 기회로
뉴스종합| 2022-03-24 11:48

2021년 사교육비 총액은 우리나라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방과후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온라인교육으로 인한 학습 결손이 발생한 것이 사교육비 급등의 원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9년 21조6000억원을 정점으로 감소하던 사교육비가 2015년 17조8000억원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세로 반전된 추세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2009년 이후 대입 간소화와 함께 자사고와 특목고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고 사교육 영향평가를 시행하면서 사교육비 감소가 시작됐다. 입시제도 변화로 사교육비를 감소세로 변화시킨 긍정적 사례다.

급등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는 세 가지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22년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불필요한 교과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식을 줄여서 의미 없는 지식전달 수업과 암기식 평가를 줄이고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미래 인재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창의적 학습시간을 늘려야 한다.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성적과 순위를 높이기 위해 지식 암기 사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안정적이고 신뢰감 있는 대입제도를 마련해 사교육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교육부의 정책목표에 따라 대학들은 해마다 입학전형을 변경하고 있다. 입학전형의 잦은 변동은 학교를 어려움에 빠트리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입시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고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선택하게 된다. 대학입시의 원칙을 법률로 규정해 입시에 대한 국민적 신뢰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시와 정시 비율은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 안정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의 평가는 학생의 수준 진단과 역량 제고를 위한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

셋째, 공교육에서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제공해 사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 개인의 수준을 평가해 속도에 맞게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 본인의 진로에 맞는 학습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AI(인공지능) 튜터링 시스템은 개인별 맞춤형 학습 진단과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교사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학생 개인별 맞춤형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줄 수 있다. AI 시스템의 활용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새 정부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학부모들은 다른 어떤 교육정책보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 사회는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데 교육제도는 불필요한 지식 암기와 반복적 훈련을 통한 정확한 문제풀이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암기 중심의 교과 사교육의 부담에서 벗어나 본인의 진로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새 정부는 사교육비 급증으로 위기를 맞은 교육 시스템을 혁신시킬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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