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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회동, 상춘재 택한 까닭은…친교만찬·소통의 상징공간
뉴스종합| 2022-03-28 11:26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29일 오후 친교만찬 후 상춘재 앞 청와대 녹지원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연합]
2017년 7월 文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맨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환담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찬 회동이 열리는 상춘재(常春齋)는 청와대에서 유일한 전통 한옥식 건물이다.

녹지원을 앞에 두고 있는 상춘재 자리에는 애초에 조선총독부 관사 별관인 매화실이 있었다. 1977년 12월에 철거하고 1978년 3월 양식 목조건물로 개축해 ‘상춘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전통 한식 건물로 만들기 위해 1982년 11월 착공해 1983년 4월 온돌방과 대청마루가 있는 현재의 상춘재의 모습이 완성됐다. 특히 주 기둥에 사용된 목재로 200년 이상 된 춘양목(春陽木)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상춘재는 청와대 본관이나 집무동인 여민관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친교만찬이나 여야 대표 회동 등 소통을 중시하는 행사를 상춘재에서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한한 이방카 당시 미국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과 상춘재에서 만찬을 했다. 청와대는 유대교도인 이방카 고문의 기호에 맞춘 만찬 음식을 준비하는 등 ‘국빈급 예우’를 통해 1차 남북정상회담을 두 달여 앞두고 미국의 지지를 이끌었다.

2017년 11월 첫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김정숙 여사가 상춘재에서 차담을 한 후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류해 친교 산책이 이뤄졌다.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방한 당시에도 친교 만찬이 상춘재에서 이뤄졌다. 2019년 공식방한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의 비공개 친교 만찬도 열렸다.

임기 초반 문 대통령이 ‘소통’의 의미가 강조되는 행사도 상춘재였다.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반기업 정서를 탈피하고 기업과의 소통 의지를 위해 마련된 재계 주요 총수 및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이 상춘재에서 개최됐다.

또 2017년 7월 여야 4당 대표와의 만찬회동도 상춘재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과 당 대표들은 만찬 종료 후 회동 중에 언급됐던 청와대 지하 벙커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로 함께 이동, 안보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이는 예정되지 않았던 일정으로, 즉석에서 결정됐고, 이후 안보협력 및 협치를 위한 5개항의 합의문이 도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화상정상회의가 주를 이루면서 상춘재에서의 무대를 통해 전세계에 한국식 미(美)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으로 첫 대면을 하기도 했다.

대선 후 한 차례 무산됐다가 19일만에 성사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상춘재에서 만찬으로 이뤄지는 것도 이러한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에서 만난 2019년 7월25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은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여민관에서 진행됐다.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된 윤 당선인을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기에 예우한 측면이 크다.

또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선언하면서 ‘청와대’라는 공간에 거부감을 보인 윤 당선인이 방문하는 만큼 경직된 공간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기에도 제격이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와 인사문제 등으로 정면으로 충돌했다가 마주하게 된 상황으로, 반주를 곁들이거나 회동 전후로 녹지원을 거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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