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브라모비치 등 우크라 협상단 화학 중독 의심 증상…美 “환경 요인”
뉴스종합| 2022-03-29 08:3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기업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AF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을 위해 뛰고 있는 러시아 기업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단 일부가 이달 초 중독 의심 증상을 겪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WSJ는 영국 온라인 매체 벨링캣(Bellingcat)을 인용해 지난 3~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평화 협상에 참석한 아브라모비치 등 협상단 대표 3인이 화학무기에 중독된 경우 나타나는 증상과 똑같은 증세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에 시리아 내전에 쓰인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측이 경고한 가운데 나온 보도여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WSJ과 벨링켓에 따르면 지난 3일 키이우에서 낮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진 협상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대표단 3인은 그날 밤 숙소로 돌아 와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계속 흐르는 고통과 얼굴과 손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을 겪었다. 증상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완화되지 않았다. 이들은 다음날 키이우에서 르비우, 폴란드를 거쳐 이스탄불로 이동해 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3인은 증상이 나타나기 수 시간 전에 초콜릿과 물만 먹었다. 대표단 중 다른 1명도 같은 초콜릿과 물을 섭취했으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보인 증상이 미확인 화학무기에 관한 국제적 중독 증상과 매우 흡사하다고 밝혔다. 포르피린, 유기인산염 또는 바이사이클릭 물질 등으로 이뤄진 변종이 일으키는 대부분의 증상과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또 방사선 노출의 경우 증상이 수주에 걸쳐 지속된다는 점에서 방사선 공격 피해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피해자 주변에서 전문 장비를 활용한 분석이 아니어서 명확한 진단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독성 물질은 생명 손상까지 위협을 주기에는 불충분한 점에 미뤄 협상단에 겁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견해다.

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은 이 보도에 대해 중독에 의해서가 아닌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피해 당사자들도 화학무기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협상단 일원인 미하일로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많은 음모론과 추론들이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협상단 멤버인 루스템 우메로프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신뢰하지 말라”로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에 관여해왔다.

영국 더타임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조건을 손으로 적은 노트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전달했다. 이를 건네 받은 푸틴 대통령의 첫 반응은 “내가 그들을 완파할 것이라고 전해라”였다고 한다.

아브라모비치가 중재자로 나선 계기는 순수한 개인적인 결심에 의한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그의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딸은 러시아 침공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미국 등 서방은 그의 중재 역할을 기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제재 대상에서 그를 제외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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