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獨 가스 보급 계획에 떠는 산업계…“경제 마비될 수 있어”
뉴스종합| 2022-03-31 09:11
독일 베를린 교외 리히테르펠데 가스발전소 전경.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제조업계가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이 현실화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독일의 가스 저장 시설에 잔량이 25%에 불과하다며 가스 공급과 관련 ‘조기 경보’를 발령해서다.

이 발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가스대금은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다”며 앞서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가스 밸브를 잠그겠다고 경고한데서 한 발 물러섰지만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3단계 경보 체제에 따라 만일의 사태 시 독일 정부는 산업체 보다 가계와 병원을 우선해 가스 사용량을 할당한다. 하벡 장관은 3단계 중 첫 단계인 ‘조기 경보’를 발동한 것이다.

산업계는 경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체 가스 공급 중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급망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세계 최대 화학회사 바스프와 관련 있다. 최고 수위 경보가 발령되면 바스프는 서부 루트비히스하펜암라인에 있는 주요 생산시설을 부분 또는 완전히 폐쇄해야한다.

바스프 감독위원회 이사이기도 한 마이클 바실리아디스 IG BCE화학 노동자연맹 위원장은 약 4만명의 직원이 단기 근무 또는 해고 상황에 놓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근무시간 단축과 일자리 손실에 그치지 않고 유럽 내 제조 생산 망의 붕괴, 전세계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독일 화학산업협회(VCI)의 크리스티안 쿨만 회장은 “단순히 전자레인지를 껐다 켜는” 문제가 아니라며, “화학공장은 한번 가동을 중단하면 수주, 수개월 동안 멈춰있어야한다”라고 화학산업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거의 모든 산업에 엄청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학 제품이 자동차 제조, 제약,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는 점에서다.

독일의 가스 공급 중 가장 많은 15%가 화학 산업에 쓰인다.

하벡 장관은 비상체계를 가동하면서 러시아의 의존도 줄이려는 노력에도 2024년 중반까지는 충분한 대체 공급원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독일 가스 저장 시설은 약 25% 채워져 있다며, “가스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기본적으로 소비와 날씨에 달려있다”며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사용을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독일의 3단계 경보 중 '조기 경보는' 공급 비상사태 징후가 발생할 때 발동한다. 2단계는 실제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거나 수요 급증으로 수급 균형이 깨졌을 때다. 이 단계에선 에너지 기업들은 다른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한다. 3단계는 시장 해결이 불가능할 때 발령한다. 이 단계에선 정부가 전국적으로 각계에 가스 사용량을 할당한다. 산업계에 대한 공급이 먼저 줄고, 가정 난방과 병원 같은 중요 기관은 계속 공급한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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