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포커스] 가시밭길 직면한 ‘영끌·빚투’ 2030
뉴스종합| 2022-04-01 11:18

‘저러다 큰일 나지’ 했던 염려가 현실이 되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택과 주식, 코인 투자에 올인했던 청년층이 빚수렁에 빠지거나 개인파산이 급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30대의 가계대출이 2년 새 100조원 넘게 늘어났다. 2019년 말 374조7000억원에서 2020년 말 440조6000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엔 47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30대의 74%가 금융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들의 가구당 평균 부채는 1년 새 9.5%나 늘어난 1억원에 육박한다. 가구주 연령별로는 40대 부채 수준이 1억2208만원으로 가장 높지만, 빚이 증가하는 속도는 20·30대가 단연 톱이다.

청년층의 부채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은 집값 폭등에 놀란 영끌과 패닉바잉이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중 2030가구의 거래 비중이 31.0%였으며, 서울 아파트의 경우는 무려 41.3%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저금리 기조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까지 낮아진 점, 그리고 손쉬운 비대면 온라인 신용대출이 가능해진 점 등도 청년층의 부채 증가에 일조했을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급증하는 대출이자 상환 부담에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 우리 금융 당국도 코로나19 직전 수준인 1.25%까지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시중의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무려 연 6%대를 돌파하고 있다. 억제되었던 대출이 풀리고 있음에도 시중 금리는 떨어질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2~3%대 낮은 금리로 영끌 대출한 20·30가구들의 금리 부담이 2배 넘게 커져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2억원을 대출받은 경우라면 가구당 이자 부담이 연 200만원이나 추가로 늘게 되는 셈이다. 아니다 다를까, 20·30대 청년층 연체율이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빠르게 상승하여 지난해 말 기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라도 올라주면 그나마 위안이 될 터이다. 하지만 약보합 내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의 집값은 이들의 고통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의 시장 동향을 보면, 수도권 집값의 장기 하락이 시작되었던 지난 2007년 및 2013년 시기와 유사해 보인다. 집값의 지속적 디플레가 이어지게 되면 경제 전반에 집값 폭등 못지않은 상당한 부담을 안기게 된다. 우리 경제의 중추가 될 20·30대가 빚더미에 앉게 되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국가적 부담이다.

20·30대의 빚 부담 급증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빚을 낸 당사자에게 있다. 하지만 집값과 전·월세 가격 폭등을 초래한 정책의 실패, 영끌과 패닉바잉 분위기를 제때에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 또한 묵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영끌, 빚투 등으로 가계부채 급증 상황에서의 집값 디플레는 향후 국가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곧 출범할 새 정부에서는 20·30대 청년층의 빚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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