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럴드경제·신한카드 코로나19 리포트 ①무너진 자영업자
코로나 확산시기에 폐업지수 급등
20대 창업지수 소폭 상승
60대 이상만 폐업자 비중 ↑
코로나 여파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에서 상가 '임대 문의'를 알리는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성연진·이태형 기자] “매출이 안 나오니, 매달 빚은 600만원씩 쌓이는데 지켜볼 수만은 없었어요. 권리금을 포기하고 헐값에 넘겼죠. 빚이라도 청산할 수 있게….”
서울 금천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했던 서모(34) 씨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은 크게 줄었는데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움츠려들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경제활동이 일시에 멈춘 지난 2년, 자영업의 붕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창업이 다시 늘고 있지만 연령대별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30대는 창업에 나서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50·60대는 새로운 시작보다는 여전히 폐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헤럴드경제가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와 함께 코로나19 2년간 자영업자의 창·폐업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말부터 창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1월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해 12월 전국 창업지수는 103을 기록해,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선 매출 감소로 권리금 등이 소멸되면서 20·30대 젊은 층의 창업이 재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에서 상가 '임대 문의'를 알리는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박해묵 기자 |
하지만 여전히 창업을 머뭇거리는 이가 많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창업지수가 높게는 121(2019년 5월)까지 치솟는 등 100을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창업시장이 정체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국 창업지수는 코로나 발생 이후 거의 대부분 100을 밑돌았었다. 2020년 2월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창업지수는 92로 떨어졌고, 같은 해 8월, 12월에는 각각 93, 96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3차 확산세를 보인 지난해 2월에는 창업지수가 77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에 창업시장이 사실상 멈춘 가운데 기존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사선으로 몰렸다. 2020년 6월, 8월에 각각 278, 390까지 치솟았던 폐업지수가 지난해 12월에는 65로 떨어져 폐업하는 이들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지만 빚에 연명하며 겨우 버티는 이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를 보더라도 자영업자의 월평균 사업 매출액은 2019년 3394만원에서 2020년 2711만원, 지난해에는 2445만원으로 해마다 쪼그라들었다. 특히 숙박업은 지난 2년간 월평균 매출액이 3171만원에서 1267만원으로 급감했고, 요식업도 지난해 월평균 사업 매출액이 1287만원으로, 2019년 2739만원의 47%에 머물렀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창업 비중이 2019년 12%에서 지난해 말 13%로 소폭 늘었고, 60대 이상도 10%에서 12%로 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폐업에서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같은 기간 17%에서 20%로 3%포인트 오르면서, 모든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페업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 대전 강원 등 지역의 60대 이상의 폐업 비중 증가폭이 4%포인트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 자영업자 추이에서는 전국적으로는 남성 창업 비중이 45%에서 55%로 소폭 증가한 가운데 전북만 여성 비중이 1%포인트 상승했다. 폐업 비중에서도 전국적으로 남성 비중이 44%에서 45%로 1%포인트 늘었지만 울산(40→39%) 세종(44→43%) 경북(42→41%) 등지에서는 남성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정환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소상공인 부채 문제해결을 위한 현실적 정책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경영 여건이 악화돼 이자비용 감당도 힘든 실정”이라며 “창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과도한 부채를 안고 폐업할 경우 신용불량자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폐업할 경우 일시에 갚아야 할 부채가 적지 않아 대출로 연명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