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판교 소재 IT 회사에서 마케팅 직으로 근무하는 양현식(31·가명) 씨는 최근 친구들에게 밥 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의 회사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는 뉴스 때문이다. 그러나 양 씨는 울화가 치민다. 그는 “평균 연봉 억대는 비개발자 직군에겐 ‘남의 나라 얘기’”라며 “그런 질문 들을 때마다 짜증나고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이 IT업계 표준이 돼버렸다. 그러나 인사, 재무, 마케팅 등 비개발 직군 직원들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여전히 개발직과의 연봉 격차가 크고 복지, 처우 등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억대 연봉’ 회사에 다닌다는 선입견에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IT회사에서 문과생으로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IT 회사에서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임금 격차는 많게는 4000만원이 넘는다. 남녀 임금 격차를 살펴보면 양 직군 간 임금 격차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개발자에는 남성이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녀 평균 연봉 격차가 개발·비개발 직군 임금 격차를 그대로 반영하진 않겠지만, 파악하는데 대략 도움은 될 것”이라며 “개발자 직군 80% 이상이 남성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사옥 [크래프톤 제공] |
우선 국내 대표 포털 기업을 살펴보면, 기업별 남녀 임금 격차는 ▷네이버 1800만원 ▷카카오 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 임직원 대상으로 연봉을 크게 올렸던 게임사도 마찬가지다. ▷넷마블 2200만원 ▷펄어비스 3500만원 ▷크래프톤 4200만원 등 남녀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개발·분석 직군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IT 서비스 기업 역시 차이가 극명했다. ▷삼성SDS 2500만원 ▷LGCNS 사업 부문 따라 최대 2800만원 ▷SK㈜C&C 3400만원 등이었다.
IT기업의 비개발자 직군은 인사, 마케팅·홍보, 재무, 경영기획 등이 대표적이다. 소위 ‘문과생’들이 취업하는 분야다. 앱 개발, 데이터 분석 등 IT 기업 내 주요 업무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경영관리에 있어 없어선 안 되는 업무들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헤럴드DB] |
개발·비개발 직군간 임금 격차는 인력난에서 비롯된다. 현재 개발 직군은 신입 초봉이 6000만원에 달할 만큼 구인난이 심각하다. 반면, 문과생 시장은 취업 문턱이 현저히 높은 구직난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력 개발자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며 양 직군간 평균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문과’ 직원들 사이에서 ‘평균 연봉 1억원 시대’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복지 및 처우에서도 차별을 느낀다고 말한다. 근무의 유연성이나 성과급 등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소재 IT 회사 인사팀으로 근무하는 김 모(29) 씨는 “개발 직군은 확실히 매년 받는 성과급 규모가 우리와 천지차이”라며 “부당하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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