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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폐연료봉 자연복귀 10만년…쉽지만은 않은 탈원전 폐기
뉴스종합| 2022-04-12 11:26
한울원전 전경 [헤럴드경제DB]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재 70%대 수준인 국내 원자력발전가동률 상향을 공식화했지만 이를 추진하기까지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늘어나는 만큼 핵폐기물도 그만큼 더 쌓일 수밖에 없지만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을 위한 절차를 마련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해당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기본계획 추진을 위한 특별법이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국회 계류 중이다.

12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국내 원전 내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는 오는 2031년 영광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한빛 원전의 포화율은 74.2%다. 고리 원전도 2031년이면 저장 공간이 다 찬다. 이어 한울 원전 2032년, 신월성 원전 2044년, 새울 원전 2066년 등의 순이다.

그러나 인수위에서는 윤 당선인의 ‘탈원전 폐기’ 공약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가동률 상향 등에 대해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가동률은 설비규모 대비 원전 발전량이다. 현재 70%대인 국내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이 밝힌 구상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새 정부에서 원전 가동률이 80% 이상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원전정책의 재정립을 언급하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포함한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했다.

이에 인수위원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절차적 방안과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과제를 조속히 검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운전 허가 만기를 앞둔 일부 원전의 계속 운전도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일 내년 4월 운전 허가가 종료되는 고리 2호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계속운전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고리 2호기의 경우 당장 계속 운전을 위한 허가신청과 보수 절차를 밟아도 최소1~2년의 운전 공백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원전 가동률 상향에 따른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연료봉으로, 자연 상태로 돌아가려면 약 10만 년이 지나야 한다. 정부는 처치 곤란인 폐연료봉을 지하 깊숙이 묻어 영구 보관하기 위해 2013년 10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론화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월 1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내놓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검토위원회를 꾸렸다.

재검토위가 작년 4월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의 핵심은 ‘특별법을 만들어 부지 선정 절차를 법제화하라’는 것과 ‘독립 행정위원회를 신설해 정책 총괄을 맡겨라’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재검토위가 권고한 내용을 2차 기본계획에 모두 담았다. 하지만 권고를 제외한 나머지 로드맵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든 1차 계획안과 대동소이했다. 5년 동안 크게 전진하지 못한 셈이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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