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역대 금리인상기 집값 올랐는데 이번에도 같을까?[부동산360]
부동산| 2022-04-15 14:06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리자, 최근 상승 분위기를 타던 집값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대출을 통해 집을 산 사람들 모두 부담이 커진다. 매수심리가 위축되면 거래가 줄고 급매물이 쌓이면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내내 집값 폭등의 핵심 원인으로 ‘저금리’를 꼽았다. 낮은 금리로 유동성이 늘었고, 투자할 곳이 없는 돈이 부동산에 몰려 집값이 올랐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주택 정책 담당자들이 수시로 금리인상을 예고하며, 집값 고점 경고를 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늘고, 매매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인다고 부동산 업계가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11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그런데 여러 전문가들이 수시로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역사적으로 금리인상 시기 집값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 때를 보자.

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11월30일 기존 1.25%였던 기준금리를 1.5%로 올렸다. 문 정부에서 첫번째 금리인상이었다. 그런데 그 해부터 집값 상승세는 시동을 걸었다. 이후 1년만인 2018년 11월30일 금리를 다시 1.75%로 높였는데, 이 시기 서울 아파트값은 14.18%나 뛰었다.(KB국민은행 기준) 이는 직전 1년간(2016년11월~2017년11월) 변동폭(4.69%)의 세배 이상이다.

이후 2018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는 ‘금리인하’ 시기였다. 2019년 7월18일 1.5%, 그해 10월16일 1.25%, 2020년 3월17일 0.75%, 그해 5월28일 0.5%까지 네 차례 내렸다. 2020년 5월까지 역대 최저치인 0.5%까지 내렸는데, 집값은 오히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저금리 효과로 사람들이 부담 없이 돈을 빌려 집을 사야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 정부에서 집값이 가장 안정됐던 시기가 이 때였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5.15% 올랐고, 전국 기준으론 1.63% 수준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이후부터는 금리인상기가 시작됐다. 2021년 8월26일 0.75%, 그해 11월25일 1%. 올해 1월14일 1.25%, 그리고 이달 14일 1.5%까지 네 번에 걸쳐 올렸다. 그런데 이때는 오히려 집값이 급등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29.41%, 경기도와 인천을 합한 수도권은 37.5% 올랐다.전국(30.2%) 기준으로도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금리인상 계획을 수시로 강조하면서 집값 고점을 경고했지만 시장에선 먹히지 않았다. 극심한 대출규제 속에서도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은 집을 샀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 새로운 현상이었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집값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금리인상기 집값이 오르고, 금리인하 시기엔 집값이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은 사실 과거 통계로도 확인된다. 2000년 이후 가장 긴 금리인상 시기는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4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였다. 2004월 11월11일 당시 기준 저점(3.25%)을 찍은 후, 2008년 8월7일(5.25%)까지 8번에 걸쳐 매번 0.25%씩 올랐다.

그 시기 아파트 값은 급등했다. 서울은 48.2%, 수도권과 전국 기준으로는 45.77%, 26.94% 각각 뛰었다.

반면, 금리인하 시기엔 집값이 오히려 하락했다. 2000년 이후 금리인하를 가장 오래 했던 때가 2011년 6월(3.25%)부터 2016년 6월(1.25%)까지다. 역시 0.25%포인트씩 8차례에 걸쳐 내렸다. 그런데 이 시기 아파트값은 서울은 0.34%, 수도권은 1.9% 변동률을 보일 정도로 안정됐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금리인상 시기 집값이 더 오른 건 다른 경제요인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금리를 올리는 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시장이 들썩일 우려가 커질 때 금리를 올린다. 반면, 금리를 낮추는 건 경기 침체를 대비한 방어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수십 가지 이상이다. 주택 시장 내에서 수요와 공급 상황(입주량, 멸실주택, 결혼 등 인구 변화, 전세가율 변화, 새 아파트 분양 등)이 있을 것이고, 경기 여건(소득, 금리, 환율, 유동성, 가계 부채 등), 정부 정책(대출규제, 세금규제 등), 매수 심리 변화(교육, 남북관계 등) 등 무궁무진하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로 대형 주택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예상하지 못한 외부 변수도 작용했다.

금리인상이라는 변수만 가지고 집값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향후 몇 차례에 걸쳐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과거처럼 경기 여건이 회복되고,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가 본격화하고, 수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어떻게 될까?

19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문제나 단기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 따른 ‘집값 고점 인식’은 매수세를 완화시키겠지만 집값 상승세를 꺾는 주요 요인이 될까?

집값은 어쨌든 사려는 수요가 지어놓은 집보다 많으면 오른다. 주택 매수 희망자들이 과연 대출규제가 완화돼도 금리인상 부담 때문에 집을 살 계획을 포기할까? 누구도 쉽게 답변하지 못할 상황인 건 확실하다.

jumpcut@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