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역대 최대 ‘비호감 선거’ 여진…6월 총선 ‘가시밭길’ 예고
뉴스종합| 2022-04-25 11:25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 모여 프랑스와 유럽연합(EU)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득표율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전광판이 광장에 마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58.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EPA]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 결선을 거쳐 프랑스 정치사상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5년의 임기는 극도로 심화한 사회 분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해묵은 연금 개혁 문제 등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당장 6월 총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차악’을 선택한 유권자, 기권율 53년만에 최고=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최종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58.5% 득표율로,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41.45%)를 17.05%포인트 앞섰다. 앞서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 조사는 ▷입소스 58.8% 대 41.2% ▷엘라브 57.6% 대42.4%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 58.0% 대 42.0%로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다.

두 후보 득표율의 17%포인트 차이는 2017년 대선 30%포인트 차이보다 격차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는 그만큼 사회 불만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번 양측의 선거 캠페인 구호는 ‘르펜은 안된다’ ‘마크롱은 안된다’로 비호감 선거로 펼쳐졌다. 이러한 정치 혐오 분위기가 선거 결과에 반영돼 프랑스24에 따르면 유권자 4870만명 가운데 28%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기권은 1969년 이래 53년 만에 가장 높다. 4월10일 1차 투표(25%), 2017년 대선(25.5%) 보다 증가한 것이다.

차기 임기 첫번째 도전은 6월 총선이다. 6월 12일 1차 투표, 19일 2차 투표를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해야 대통령이 뜻을 펼치기가 용이해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번째 임기는 첫번째 보다 훨씬 더 폭풍이 사나울 것”이며, 6월 총선에서 “극좌, 극우당이 마크롱의 날개를 꺾어 총선에서 마크롱 소속의 LREM(전진하는 공화국)은 다수 의석수를 잃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 차례 대선 도전에서 모두 승리한 ‘위험 감수자’=마크롱의 이번 연임 성공은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그는 5년 전 39세 정치 신인으로서 LREM을 창당해 대통령직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번 대선은 생애 통틀어 두 차례 대선에 도전해 모두 승리를 거둔, ‘승률 100%’를 달성한 개인적 성취라는 의미도 지닌다.

그는 모험을 즐기는 ‘위험 감수자(risk taker)’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분류했다. FT는 지난 5년간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인 바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 ‘백신패스’를 사례로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 속에 프랑스는 백신접종률 78%를 기록, 독일, 영국, 미국 보다 높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서민 경제 같은 내치 보다 외치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르펜 후보로부터 받았다. 선거 직전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하기 위해 전쟁 후 서방 정상 중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하지만 중재 실패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국민들이 반(反) EU, 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공약으로 내건 르펜 후보가 아닌 마크롱 현직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서방 동맹국 지도자들은 안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재선을 축하한다”며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며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 협력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예측조사 발표 직후 잇따라 트위터에 당선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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